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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도시’ 수원시는 근대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인문기행 코스 4개를 개발했다. 오랜 공을 들여 하나의 코스를 개발하고 스토리를 담는 작업으로 총 4년의 시간에 걸쳐 완성됐다.
그 첫번째 코스는 100년 전 조선 말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새로운 문물의 유입이 활발하던 신작로에 초점이 맞춰진다. 교동을 중심으로 근대의 입구를 통과하던 수원사람들과 당시 수원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공방거리~수원 구 부국원
공방거리 중간쯤 만날 수 있는 ‘한데우물’은 정조대왕이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준비할 때 물을 길어 사용했던 곳으로 전해진다. 1980년대에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됐던 우물은 2008년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복원됐고, 현재 ‘도심 속 우물’이라는 독특한 볼거리로 존재한다. 신상옥 감독의 대표작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의 주 배경인 집도 한데우물 맞은편 골목에 그대로 남아 있다.
공방거리를 빠져나온 뒤 남문로데오거리를 걷다 보면 빌딩들 사이에 다소 생경한 한옥 건축물이 나타난다. 전통사찰인 ‘팔달사’다. 용화전 측면에 ‘담배 피우는 호랑이와 시중드는 토끼 두 마리’가 해학적인 벽화로 남은 곳이다. 또 방문객을 위한 쉼터 덕분에 도시의 소음을 뒤로 하고 한가로이 쉬어가기에도 좋다.
길을 따라 내려오면 대한성공회 수원교회를 만날 수 있다. 1905년 수원지역에서 시작된 성공회는 브라이들(Bridle, 부재열) 신부가 지금의 위치에 자리를 잡아 1908년 설립한 ‘성스데반성당’이다. 팔달산 비탈에 붉은 벽돌의 독특한 외관을 지닌 성당은 국채보상운동과 학교, 고아원, 수녀원 운영 등 서울 이남에서 성공회의 활약을 주도한 곳이다.
수원 구 부국원~수원시민회관
구 부국원에서 향교로를 따라 수원역 방향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은 ‘구 수원시청사’다. 수직성과 수평성을 강조한 모더니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은 1956년 7월 26일 준공돼 수원시청사로 사용되다가 수원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1987년부터 권선구청으로, 2007년 9월 이후부터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당 모퉁이에 있는 3층짜리 아담한 벽돌 건물은 1920년 말에서 1930년대 초반에 지어졌다. 일제강점기 금융지주회사였던 조선중앙무진회사 사옥으로 시작해 한국 전쟁 이후 수원시청 별관 등 다양한 용도로 바뀌다가 1980년대부터 1999년까지 수원문화원이 사용해 ‘구 수원문화원’으로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향교로라는 이름의 주인 격인 ‘수원 향교’는 1789년 현재의 터에 자리를 잡은 수원지방 인재 교육의 산실이었다. 붉은색 홍살문과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뜻을 새긴 하마비가 조선시대로 초대한다. 수원 향교는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인과 우리나라 유학자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대성전과 인재 양성 공간인 명륜당으로 구성돼 있다. 더불어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 제남시가 수원시와의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해 2003년 수원시에 기증한 공자상도 볼 수 있다. 특히 대성전은 경기도 내 향교 대성전 중 가장 큰 규모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보물로 지정됐다.
수원 향교에서 팔달산 방향으로 언덕을 올라가면 ‘수원시민회관’이 나온다. 1971년 건립돼 비교적 젊은 건축물이다. 건물 양쪽에 부조와 모자이크 작품이 걸린 이곳에서 시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이 펼쳐졌다. 옥상에 올라서면 수원시 구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어 파노라마처럼 풍광이 펼쳐진다.
매산초등학교~수원역 급수탑
향교로 일대는 인쇄산업의 중심지였다. 1918년 일본인들이 설립한 수원인쇄주식회사를 시작으로 1920년대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인쇄소도 등장했다. 서적 수요가 늘어나며 활황을 누리던 인쇄소 골목은 1970~1980년대 수원시내 인쇄소의 절반가량이 모여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인쇄소 간판이 즐비한 골목을 따라 끝까지 가면 ‘수원역’이다. 일제가 대륙침략을 목표로 철도를 만들면서 애초 예정 노선은 지지대고개와 화서문 외곽, 팔달산 기슭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원사람들의 끈질긴 반대로 지금의 노선으로 확정돼 1905년 1월 1일 개통했다. 일본의 약탈과 침략 목적으로 철도는 이용됐지만, 해방 후에도 수원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었다. 일반 철도와 고속철도, 지하철 1호선, 분당선, 수인선 등 많은 열차가 정차하며 유동 인구가 40만명에 달하는 활기 넘치는 곳이다.
‘신작로, 근대를 걷다’를 비롯해 4개 인문기행 코스는 순회전시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4월24일부터 5월14일까지 광교홍재도서관 1층 로비에서, 5월15일부터 6월4일까지 경기남부경찰청 본관 3층 로비에서 권역별 문화자원과 공간을 소개하는 전시가 진행된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의 근대를 품은 건축물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담긴 스토리를 따라 만들어진 인문기행 코스는 인문·역사에 관심이 많은 시민에게 흥미로운 볼거리와 지식을 알려줄 것”이라며 “다양한 코스가 소개되는 만큼 수원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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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김동우 기자
'동행미디어 시대' 경기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우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