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지난 1월 20일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9일이면 100일을 맞는다. 미증유의 감염병 대유행과 전임 대통령이 남긴 '분열의 정치'가 육중한 존재감을 시현했을 때 최강국을 이끌게 된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에 전력을 쏟아 부으면서 통합의 리더십도 발휘하려 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동맹국 결속을 시도하며 대중 전선 구축에도 매진하고 있다. 빠른 경제 회복세와 대규모 부양책에 힘입어 증시 상승세는 거침이 없다. 향후 정책 기조를 전망해볼 수 있는 바이든 시대 100일을 4회에 걸쳐 돌아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21년 1월 11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하는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 백악관 입성 직후 실행한 최우선 과제는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었다. 성인 인구 절반에 가까운 빠른 백신 접종 속도와 함께, 취임 초 30만에 육박하던 신규 확진 건수를 4만 명대로 줄이면서 일단은 '임무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데다, 당장 팬데믹(대유행)이 완화하면 날아들 각 분야 종합 성적표를 생각하면 '미션'은 지금부터라는 관측이 나온다.

◇1억회 접종 목표 2배 초과 달성 최대 성과: 26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의 백신 접종자 수는 2억3690만 명이다. 전체 3억3200만 인구 중 18세 이상 성인의 53.9%인 1억4100만 명이 적어도 1회 주사를 맞았고, 성인 37%인 9590만 명은 2차까지 접종을 마쳤다.


취임 100일 내 1억 회 접종 목표를 2배나 훌쩍 넘겨 초과 달성한 것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성과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이 같은 목표를 세우고,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연방기관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100일 마스크 챌린지'에 서명했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을 신설해 방역 상황을 직접 챙기고, 백신 대량 생산을 위한 긴급 입법과 1조9000억 달러 규모 슈퍼부양책도 신속히 추진해 시행했다.

그 결과 올해 1월 하루 최대 30만 명에 육박했던 신규 확진자 수는 취임 100일이 가까워진 4월 말 4만 명대로 급감했고, 같은 시기 3000명을 훌쩍 넘기던 일일 사망자 수도 500명 이하로 줄었다.


100일내 접종 목표는 58일 만에 달성해 세계를 놀라게 했고, 100일을 목전에 두고 접종 횟수는 이미 그 2배인 2억 회를 넘겼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2억여회 백신 접종 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 AFP=뉴스1 자료 사진

이 같은 신속한 대응 뒤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인 독려와 압박이 있었다고 CNN 심층 인터뷰에 응한 미 정부 코로나 고문들과 백악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트럼프 정부 시기 각 지방정부에 맡겨뒀던 백신 배포를 연방정부가 직접 챙기고, 전국 7만 개의 접종소를 설치해 현역 군대까지 배치하는 등 '백신 접종 성공 여부가 남은 임기를 좌우한다'는 일념으로 사활을 걸고 매달렸다는 것이다.

제프 지엔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첫날부터 긴급상황이었고, 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늘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 '이건 뭐죠? 왜 이건 안 하죠? 이게 최선인가요?' 라고 물으면서 늘 우리 모두에게서 최선의 대안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미국민 전체가 접종할 분량의 화이자·모더나 백신 확보를 장담하며 기존에 확보해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000만 회분을 사정이 급한 다른 나라에 공여하겠다고 발표,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백신 외교'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모습이다.

◇집단면역 달성·코로나19 여파 사회 혼란 '과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미국내 백신접종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에 정부의 신속한 백신 배포와 접종 진행으로 접종률을 높일 수 있었지만, 집단면역 달성의 진짜 고비는 접종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바로 지금부터라고 말한다.

CDC에 따르면 26일 미국의 하루 평균 예방접종 건수는 270만 건으로, 지난달 말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의 주중 백신 접종 건수는 지난 13일 34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달 중순 미 몬머스대 설문 결과 응답자 21%는 "절대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13%는 "좀 더 지켜보겠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백신 기피감이 작지 않은 상황에서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의 백신이 혈전 발생 논란을 겪었다.

이에 지금까지의 빠른 백신 접종 속도에도 불구하고, 집단면역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종 형평성'을 코로나 대응에 버금가는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내각 구성에도 다양한 인종의 인재를 등용했지만, 지난 3월 16일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표면화한 아시아계 혐오 심각성과 총기 문제 등 사회 혼란은 코로나 이후 더 복잡해질 사회 과제들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아시안 혐오 반대 집회가 진행되는 모습. © AFP=뉴스1

1년 넘게 지속되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따라 인종 갈등과 총기 문제 등 사회 혼란이 심화하고 있는 점도 과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코로나19 대응과 함께 인종 형평성을 최우선 과제로 소개하고 흑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비롯해 트랜스젠더 레이철 러바인 보건복지부 차관보 등 '무지개 내각'을 표방해 세계의 주목을 샀다.

그러나 '중국인이 코로나를 가져왔다'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아시안 혐오가 폭발, 3월 16일 애틀랜타에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아시아 여성 6명 등 총 8명이 사망하는 총격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사회는 또한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고, 인종 갈등과 총기 문제라는 고질병 극복이 과제로 떠올랐다.

아울러 지금은 미국은 물론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골몰하고 있지만, Δ기후변화 Δ경제 Δ보건 Δ이민 Δ글로벌 지위 회복 등 다른 7대 국정과제 역시 앞으로 바이든 정부의 성과를 평가할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지난 22일 약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화상으로 개최한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달 초 의회에 제출한 1조5000억 달러 규모 예산안에서는 보건·사회·교육 및 이민자 문제에 중점을 뒀고, 경제 부문에서는 별도로 2조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의 첫 100일은 여러모로 기대 이상이었다. 백신 접종 기한을 지켰고 대다수 미국인은 이제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혹은 전적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민 문제와 경찰개혁, 투표권 등 입법 과제에서 "민주당은 힘든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정부의 첫 100일은 코로나 대응과 경제 부양 등 국내 어젠다에 초점이 맞춰 있었고, 팬데믹 상황이 바이든의 '큰 정부'를 정당화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앞으로의 정부 성적표에서는 점증하는 국제사회 패권다툼과 북한·이란 핵, 중동 상황 등 외교 문제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