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 관심이 점차 커지면서 대학가와 여의도 증권가까지 코인매매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국내 가상화폐 관심이 점차 커지면서 대학가와 여의도 증권가까지 코인 매매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신규 가입자는 249만5000여명이다. 같은 기간 이들 거래소 전체 이용자(511만4000여명)의 48.8%에 달한다. 불과 석 달 만에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가 사실상 거의 2배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신규 가입자의 63.5%인 158만5000여명이 20·30대로 집계됐다. 

이들은 지난해 주식열풍을 이끈 '동학개미운동' 세대다. 지난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자 많은 20·30대가 '대박'의 기회로 보고 증시로 몰려들었다. 지난해 주식에 이어 올해는 가상화폐로 또 한 번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재미삼아서' '재테크 수단으로' 코인투자 이유 각양각색

실제 최근 대학가에서는 코인투자에 뛰어드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된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십 건 씩 올라온다. 특히 페이스북 가상화폐 관련 페이지 '코인갤러리'에서 실시간으로 댓글을 주고받으며 가상화폐와 관련해 대화를 나눈다. 

대학생 이두호(23)씨는 "사실 요즘 대학생들이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스스로 돈 벌면서 공부까지 잘하는 건 어렵지 않냐"며 "좀 더 편하게 돈을 벌고 싶은 마음 깊은 곳에는 졸업, 취업 등 불안정한 미래의 조급함이 깔려있지만 또 한편에선 주식이나 코인투자를 재미로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된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십 건 씩 올라온다./사진=페이스북

투자 전문가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여의도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 임직원들도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뜨겁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증권사들은 최근 내부직원들을 상대로 투자주의 당부에 나섰다. 교보증권은 가상화폐 매매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회사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아직 가상화폐가 법적으로 규제가 명확하지 않고 증권사의 주 업무는 주식이다 보니 직원들의 가상화폐 매매가 과열될 경우 본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우려가 있어 가상화폐 매매를 자제하라는 당부 차원에서 공문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직원은 "평소 펀더멘탈을 따져서 투자해야 한다는 직원들까지도 비트코인을 하고 있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 코인매매 안 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트코인을 우습게 봤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증권사 임직원은 자본시장법 제63조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와 금융투자협회 내규 등으로 국내 주식 매매에 제약이 많다. 매매할 경우 회사 내 준법감시인(컴플라이언스)에게 그 내역을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특히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경우 보고서가 나간 후 일정 기간 관련 종목의 매매를 금지하기도 한다. 

회사별·부서별로 규제에 대한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일반투자자에 비해 주식매매에 제한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다.  때문에 증권사 임직원은 자본시장법 등에 의해 본인 명의 계좌로 국내 주식을 매매할 수 없거나 복잡한 절차 등을 이유로 매매가 자유로운 가상화폐 거래에 더욱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고의 유동성으로 지난해 주식시장이 활황이었을 때도 임직원 주식매매 규제가 까다롭고 투자금액도 제한이 있다보니 주식투자를 재테크 수단으로 삼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차명계좌를 만들어 낭패를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국내 주식에 투자할 바엔 차라리 맘 편하게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길을 택한 직원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계층 이동 사다리 무너진 절망의 또 다른 표현 양태" 전문가 투자 주의 당부 

코인 투자가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번지자 주의를 당부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은 "현재 한국에선 가상화폐를 규범적 영역에 포섭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러나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상통화 관련 사회적 문제로 인해 이에 대한 해결을 더 이상 관계기관의 행정적 재량행위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한 쟁점을 보다 심도 있게 다루고 지급결제성과 관련된 쟁점도 아우를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의 최대 장점은 2가지 발행 물량이 (일단) 고정돼 있다는 점, 익명으로 소지하고 이전이 가능한 점"이라며 "일부가 제도권으로 진입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는 비제도권에서 생명력의 원천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열풍이 일어나는 것은 세대 간 계층 이동 사다리가 파괴된 이후 가지게 된 절망의 또 다른 표현 양태일 뿐"이라며 "가상 화폐 그 자체를 규제하는 것보다 세대 간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