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위로받아" 정진석 추기경 마지막 길 시민들 발길 이어져
명동대성당 장례미사에 전국 신자·비신자 수백명 참석
시민들, 눈물 훔치고 거듭 인사하는 등 마지막 길 배웅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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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1일 우리나라 두 번째 추기경이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인 고(故)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 장례미사가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진행됐다. 장례미사에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장례미사는 프랑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소박하고 엄숙하게 진행됐으며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사제 80여명을 비롯해 230명만 참석했다. "대성당과 꼬스트홀에는 사제, 수도자,유족, 신자대표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안내에 따라 일반인 추모객들은 명동성당 내 회관 강당이나 야외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오전 9시30분쯤 강당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 200명이 다 찼고, 이후에 온 사람들은 대성당 근처에 자리를 잡고 미사에 참여했다. 장례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추모객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져 대성당 앞 마당을 가득 채웠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친구와 함께 온 20대, 홀로 지방에서 올라온 남성, 아이의 손을 잡고 온 젊은 부부, 노부부 등 전국에서 온 시민들이 참여했다. 또 신자와 비신자들이 한 데 모여 정진석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청주에서 새벽 6시부터 올라왔다는 박인기씨(67)는 "정진석 추기경께서 38살때부터 28년간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청주에서 보내셨다"며 "신자는 아니지만 성당 근처에 살아서 자주 뵀고 기억에 남는다. 어제 새벽 3시까지 잠이 오지 않더라"고 말했다.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왔다"는 박씨는 차편이 되면 용인까지 함께 가겠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온 이지윤씨(23)는 "어렸을 때부터 성당을 다녔는데 서울대교구장이시기도 해서 큰 어른처럼 늘 익숙했던 분"이라며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함께온 김규리씨(23)는 "일반 신도는 들어가지 못하는 건 알지 못했지만 이렇게 밖에서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김맹남씨(62)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는데 마침 오늘이 노동절이라 시간을 내서 서울까지 올 수 있었다"며 "마지막 가시는 길이 편안하셨으면 해서 딸, 아들과 함께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했다.
정진석 추기경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청주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며 정진석 추기경의 책을 집필했다는 이현주씨(48)는 "추기경님은 신도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책을 매년 집필하셨다"며 "늘 온화하게 말씀하셔서 만나 뵈러 갔다오면 늘 위로를 받고 왔다"고 회상했다.
정 추기경의 말씀을 되새기기도 했다. 경기도 동탄에서 광역버스기사로 일한다는 고재곤씨(61)는 "신자는 아니지만 가톨릭방송을 보고 책을 읽으면서 정진석 추기경을 알게 됐다. 화요일부터 오고 싶었는데 시간이 도저히 되지 않아 오늘 일어나자마자 왔다"라며 "자신을 초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미안해할까봐 신도들의 식사 초대에 응하지 않는다는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고 전했다.
장례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떤 이들은 눈을 감고 가만히 기도를 했고, 어떤 이는 주저 앉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낮 12시쯤 장례미사가 끝난 뒤 정 추기경의 시신이 운구됐고 시민들은 운구 차량에 거듭 인사를 하거나 손을 흔들며 정 추기경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정 추기경은 경기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에 안장되며 오는 3일 추모미사가 예정됐다.
이날 장례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은 "정진석 추기경께서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셨을때 기댈 곳이 없다고 하신 말씀을 이제야 이해했다"며 "저도 정 추기경님을 많이 의지했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같은 분이라면 정진석 추기경은 어머니와도 같은 분이셨다"며 "근엄하고 박력 있는 모습 이면에 가까이 지내보면 부드럽고 온유하며 넒은 사랑을 지닌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장례미사 직후에 이어진 추모식과 고별식에서는 추모영상을 시작으로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이용훈 마티아 주교, 사제단 대표 백남용 바오로 신부, 손병선 아우구스티노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베니딕토 주교 등이 발언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의 조전을 대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서울대교구장이신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저는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정진석 추기경님의 선종을 슬퍼하는 모든 분께 부활하신 주님의 위로와 평화를 보증하는 징표로 저의 진심 어린 사도적 축복을 보낸다"고 했다.
27일 향년 90세로 선종한 정 추기경은 1970년 만 39세 나이로 당시 국내 최연소 주교로 서품됐으며 이후 28년간 청주교구장을 역임했다. 1998년 서울대교구장(대주교)으로 부임한 그는 2006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으로 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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