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한상희 기자[편집자주]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범죄통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60년 전 항목을 기준으로 집계돼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특히 현행 통계에서는 미성년 피해자 수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고 피해자 수 또한 과소 추정돼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통계를 근거로 치안 정책의 예산 규모가 결정되는 만큼 명확하지 않은 통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뉴스1은 범죄통계를 연구해온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53)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현행 통계 시스템의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한상희 기자 = 지난해 '박사방' 사건이 공분을 산 주요 이유는 피해자 가운데 미성년자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박사방 사건은 주범 조주빈(26)이 미성년자 등 피해자 90여명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한 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박사방에 유포한 사건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은 지난 2일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책 마련을 위해 '명확한' 통계 필요
미성년자 대상 범죄를 근절하는 대책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대책 마련을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할까. 객관적 근거인 통계를 기준으로 피해 수준을 헤아려야 한다. 그러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통계에서 미성년 피해자 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나이 구분 방식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의 범죄통계에서는 피해자 나이를 6세 이하, 12세 이하, 15세 이하, 20세 이하 등 몇 가지 항목으로 구분하지만 현행법상 미성년자 나이인 만 18세 이하로는 나누지 않습니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53)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1960년대에 만들어진 범죄통계 기준 항목이 6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피력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통계가 사회 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요컨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몇 년 사이 부쩍 높아졌지만 현재 범죄통계에는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형법의 강간과 추행의 죄가 적용됩니다. 그런데 범죄통계를 통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가 몇 건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연령' 항목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행 범죄통계에는 그렇게 돼 있지 않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범죄통계에 문제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미성년 피해자 인원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는 점을 꼭 손질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과 경찰은 각각 '범죄통계'와 '범죄분석'이라는 책자를 통해 범죄 통계를 제공한다. 최근 경찰범죄통계 '범죄 피해자 및 범죄피해 추세'(2015~2019년)를 보면 피해자 연령은 Δ12세 이하 Δ13~20세 Δ21~30세 Δ31~40세 Δ41~50세 Δ51~60세 Δ61세 이상으로 분류돼 있다.
13~20세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 미성년자와 성인 피해자가 합쳐져 집계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도 "현행 범죄통계는 20세 이하로 분류돼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가장 좋은 것은 연령대 카테고리에 따라 피해자를 분류해 입력하는 게 아니라 11세, 12세, 18세 식으로 '1세 단위'로 연령을 입력한 뒤 이합집산해 분석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로 오해"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연구위원은 범죄통계를 비롯해 Δ소년범죄 및 소년사법제도 Δ범죄 피해자 보호 지원 Δ성폭력 범죄 및 성폭력 범죄자 처우 분야를 주로 연구한다.
2016~2017년 범죄통계 개선을 위한 관계기간 태스크포스(TF), 지난해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후 여성가족부가 추진한 여성폭력통계구축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이날 김 위원이 지적한 범죄통계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찰과 검찰 통계의 범죄 발생 건수라는 개념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위원은 '통계에 따른 오해'를 우려했다.
"엄밀히 말하면 범죄 발생 건수는 한 해 발생한 범죄 건수 가운데 신고와 고소·고발, 그리고 수사기관이 자체 인지로 알게 된 범죄 건수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현재처럼 범죄 발생 건수라는 개념을 사용했을 때 일반인들은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한 모든 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