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20여년간 연구개발 업무만 담당한 회사원이 행정업무 담당부서로 발령받은 후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 김도형 김수정)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전 소재의 한 국방연구소에서 22년간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했던 A씨는 지난 2018년부터 각종 행정업무 전반을 담당하게 됐다. 당시 A씨는 대군·대외협력, 대국회업무, 대군기술지원, 인사·총무·복지 업무, 연구계획 등도 총괄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9년 4월13일 오전 11시쯤 자신의 주거지 근처의 산길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며칠 뒤 사망했다. 조사결과 A씨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A씨의 배우자는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듬해 2월 근로복지공단은 "A씨에게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만한 업무상 부담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업무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장의비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같은 해 5월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A씨 유족 측 변호인은 "급성 심근경색은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심근경색을 유발할 정도로 중한 기저질환이나 위험인자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급성심근 경색을 진단받기 12주간, 4주간, 1주간 및 하루간의 업무시간은 고용노동부 고시에 기재된 근무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A씨는 생소하고 방대한 범위의 업무를 일상적으로 처리하며 정신적 피로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지난 2014년 망막장애를 진단받는 등 건강도 악화돼 왔다"며 "A씨에게 누적된 스트레스와 피로가 없었다면 심근경색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방위사업청과 연구소가 의견 갈등을 겪어 A씨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점, 급성 심근경색 발병 전날에도 A씨가 약 2시간30분동안 초과근무를 한 점, 기술료 배분 등의 문제로 일부 직원들이 A씨에게 거세게 항의 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A씨가 쓰러진 산길은 대전 관광과 관련한 홈페이지에도 '가벼운 운동을 겸한 나들이 장소'로 소개되어 있으며, A씨의 산행이 무리한 운동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안질환으로 운전을 못하는 A씨는 통근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가급적 업무시간 내 일을 마치기 위해 일과 중 높은 강도로 업무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