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성일종·윤창현 의원이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사진=뉴시스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두고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또 충돌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도 있었지만, 큰 진전 없이 12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성일종·윤창현 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에서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절차에 있어서 굉장히 복잡한 과정에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에 서류 발급을 신청하고, 이걸 본인이 수령해서 청구서와 함께 보내야 한다"며 "이 불편한 절차의 가장 큰 문제는 보험소비자의 정당한 보험금 수령권이 제한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욱 의원은 의료기관의 전자증빙자료 발급을 핵심으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전재수·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계류 중에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내역 등 증빙서류를 직접 보험사로 전송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국민의 38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지만, 건강보험과는 다르게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로운 상황이다. 가입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하면, 보험사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나 교수는 "2018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비자가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고, 절차가 복잡했다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며 "청구 전산화를 통해 보험금을 손쉽게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보편화되고 소비자의 시간, 노력 비용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나 교수는 "소비자들은 실손보험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 걸 두고 굉장히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이 일은 산업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했다. 서 이사는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서류전송 주체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당성을 말하고 있다"며 "이미 청구간소화는 의료기관과 핀테크(금융기술) 회사, 차트 회사들의 자발적 참여로 상용화되고 있다.

자생적으로 성장한 핀테크 회사들을 도와주지 못하고 죽이는 법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구 간소화에 대한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걸 법에 명시해야 할 것"이라며 "보험사에서 실손보험 판매는 많이 이뤄졌는데, 얼마나 가입자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했는지 싶다"고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소비자인 실손보험 가입자 측면에서 보면 지금처럼 보험청구절차가 불편한 것은 소비자가 갖고 있는 정당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상당히 마음이 무겁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종이서류를 분류하고 보험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어 보험사들의 고통도 심하다. 모든 의료기관과 보험사들이 참여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보험업계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개정안에서 제시된 청구전산화는 이미 인정된 제도"라며 "현재 환자가 의료기관에 종이서류 증빙을 요청할 수 있고, 일부 핀테크 회사를 통해서 전자적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개정안을 보면 헌법상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소지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