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은행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 입출금 계좌를 발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 무더기 폐쇄에 따른 투자자 부실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418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은행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 입출금 계좌를 발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 무더기 폐쇄에 따른 투자자 부실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은행들은 수수료 수익을 챙기기 보다 자금세탁 등 법적 책임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지 않기로 판단한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내부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등 제휴를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아예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향후 실명 입출금 계좌도 발급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암호화페 거래소인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도 추가 제휴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업비트 이외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와 추가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게 없다"며 "업비트와 제휴 계약 연장 여부는 현재로선 단정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B국민, 하나, 우리은행 등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 계좌 발급 등을 위한 검증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부회의에서 지금은 암호화폐거래소와 거래할 때가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제휴를 맺지 않는 방향으로 방침이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 역시 "아직 제휴하자는 암호화페 거래소가 없어 계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암호화폐 거래소는 자금세탁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거래하기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9월 특정금융거래정법(특금법) 개정에 맞춰 관련 내부 지침을 정비하고 있으며 현재로서 제휴를 준비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는 없다"고 말했다.

신한·농협은행, 7월 말 암호화폐 거래소 제휴 이어갈까

현재 은행 실명 계좌발급을 갖춘 암호화폐 거래소는 빗썸(NH농협은행)·업비트(케이뱅크)·코빗(신한은행)·코인원(NH농협은행) 등 네 곳뿐이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오는 7월 각각 코빗, 빗썸·코인원과의 제휴 종료를 앞두고 있어 이를 연장할 지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올 3월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법(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사업자들이 영업을 하려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오는 9월 24일까지 은행에서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정(계좌)을 받아야 한다.


다만 은행들은 암호화폐가 자금세탁 등 범죄에 연루될 경우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간접적인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안전성과 수익성을 견주어 볼 때 내부적으로 안전성에 무게감이 기우는 분위기"라며 "해킹, 전산오류 등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터질 가능성도 있어 리스크를 떠안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암호화폐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만큼 거래소와 앞장 서서 제휴를 맺기엔 힘든 측면이 있다"며 "리스크도 문제지만 금유당국의 눈치도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에 비협조적일수록 암호화폐 시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거래소가 무더기 폐쇄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여곳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특금법 시행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오는 9월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가 무더기 폐쇄될 경우 국내 주요 암호화폐 투자층인 2030세대의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규제 이슈 등 각종 악재에 한달여 전 8000만원대에서 4000만원대로 급락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40% 넘게 증발했다. 이에 비트코인이 최근 호황기였던 2017년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며 비트코인 랠리가 여기서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