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경제 상황 전개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는 필요할 경우 미국보다 앞서서 연내 통화정책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히 클 것"이라며 "금융불균형 누적을 방지하기 위해선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0.5%로 8차례 연속 동결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그동안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지면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레버리지를 이용한 개인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가계손실 위험이 커지고 이는 관련 기관 대출 부실화로 이어져 금융기관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 지표가 좋고 성장 전망도 밝다. 경제 상황에 따른 경기 회복을 충분히 감안하지만 코로나19 전개상황과 백신 접종 속도가 경제회복 속도에 상당히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상향됐는데 재난지원금 효과는 얼마나 반영됐나.
-지난 2월 전망에선 4차 재난지원금의 규모나 정확한 세부내용이 확정되지 않아서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 후 재난지원금 지원을 위한 추경이 15조원 확정돼 지금까지 70% 집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소비성향이 높은 자영업자, 저소득층에 집중되어서 통상 가계지출에 비해 소비진작 효과가 크지 않나 생각한다. 정확한 수치는 추정 방법에 따라서 다를 수 있는데 한은이 갖고 있는 거시계량 모형에 따라 추정하면 이번 추경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1~0.2%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다.


▲올 1분기 말 가계부채가 1765조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증가폭이 커지고 있는데 평가를 내려 달라. 금리인상시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가계부채 동향을 보면 코로나19에 따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 채무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 자산가격 상승과 연계해서 위험 추구 행태가 한층 강화돼 가계부채의 상당히 가파른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금리를 인상하면 차입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히 클 것이다. 나중에 그것을 다시 조정하려면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므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 지속되는 것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금융불균형 누적을 방지하기 위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으며 늦지 않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을 밟아간다면 가계의 상환 부담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경기 상황 개선에 맞춰서 점진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나가면서 가계에 미치는 재무건전성에 대한 부담과 영향을 최소화할 생각을 하고 있다.

▲금리 정상화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리 금리인상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가 호전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인지 봐서 경기회복에 지장을 줘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정상화를 너무 서둘러서도 안되겠지만 지연됐을 때의 부작용도 크다는 점을 같이 고려해야한다. 시기를 단정해서 말씀드릴수는 없지만 경제상황에 맞춰서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조정해나갈지가 중요한 과제다. 저희가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다. 금통위에서도 이런 논의가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경제 상황에 맞춰서 금리 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진 않겠지만 실기하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어떠한가.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상황의 전개에 달려있다.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전개상황, 경제회복 속도와 흐름, 강도를 좀 더 지켜본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을 적절히 운영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가.
-기준금리 인상에서 고려할 요인으로는 경제상황의 전개가 가장 중요하고 금융불균형의 누적을 방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 다음에 금융시장에서의 과도한 위험 추구 성향도 적절한 선에서 제어할 필요가 있다. 금리 정책에서 늘 고려하듯 성장과 물가, 금융불균형 정도를 같이 놓고 판단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나.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유가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지난 4월 2.3%로 높아졌으며 5월에는 이보다 좀 더 높아지지 않나 싶다. 이후 올해 하반기에는 2%내외에서 움직이고 내년에는 기저효과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1%중반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물가 흐름을 최근 주도하는 것이 유가와 농축산물이다. 공급측 영향이 내년에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근원 물가상승률은 경기개선의 흐름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인플레이션 추세 변화에 대해서는 구조적 요인의 영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세계적 저(低)인플레이션 요인인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 따른 생산비용 절감, 아시아 신흥국의 저임금 공급 등의 구조적 요인이 최근 약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추세 변화는 이렇듯 구조적인 영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CBDC 도입 시기가 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나.
-지급결제 환경이 날로 바뀌고 있고 앞으로도 변화의 폭이 상당히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신용위험, 유동성 위험이 없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필요성은 클 수 있다. 올해 모의실험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그 사이에 보완할 점은 없는지 기술적 연구를 지속할 것이다. CBDC 도입이 결정된다고 하면 그 시점에서 곧바로 시행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나가겠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데 금융안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나. 가상자산이 금융안정에 영향을 준다면 한은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나.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가 급속히 확대됐으며 그와 함께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지면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 점에 저희가 유의하고 있다. 레버리지를 이용한 개인들의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가격의 안정성이 낮고 급등락 가능성이 있는 암호자산의 특성으로 인해 가계손실 위험이 커질 것이다. 이는 관련 기관 대출 부실화로 이어져 금융기관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암호자산 거래와 연결된 은행 입출금규모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놓고 봤을 때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와 고용시장 회복이라는 현실적 과제 가운데 어떤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하나. 고용부진이 이어질 경우 물가상승률 2.0% 목표를 초과하더라도 용인할 수 있나.
-고용안정과 물가안정 모두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중요한 정책 과제다. 사실상 물가안정을 최우선 책무로 부여받은 한은은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고용시장 회복이 미진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목표 수준으로 높아지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현재로선 고용 상황을 포함해 물가에 영향 미칠 수 있는 여러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분명히 평균물가제로 2%를 넘어도 용인하는 체계로 변화를 나타냈다. 현재 우리들이 하고 있는 물가안정 목표제도 경직적인 게 아니라 신축적이다. 2%를 넘으면 안된다는게 아니라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2%에 수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직적으로 물가상승률 2%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 통화정책은 물가 외에도 경기상황과 금융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이전에 취할 테이퍼링 조치로는 어떤 것이 있나.
-테이퍼링은 소위 자산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조치를 점진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췄지만 양적완화 조치를 강도 높게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대규모 자산 매입을 실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테이퍼링 관련 조치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본격적인 양적 완화 조치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서 이례적인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이러한 이례적 조치를 질서 있게 되돌리는 것과 관련해 한은은 적격담보증권 확대, 금융안정 특별대출제도 신설 등 금융안정 위해 도입한 조치들을 운용기한 만기 맞춰서 순차적으로 종료해왔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이런 조치 가운데 남아 있는 것은 CP매입 기구 운용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회사채 매입 기구 설치를 지원하고 있는데 연장 여부는 자영업자나 기업자금 조달 여건 등을 점검해 곧 추가 연장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