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12일 저녁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 거리(왼쪽)와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오른쪽)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7.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정혜민 기자,김도엽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에서 새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첫날인 12일 오후 6시 이후 서울의 밤. 사람들로 가득하던 도심은 썰렁했고, 격렬했던 헬스장에선 빠른 박자의 음악 대신 느린 발라드가 흘러나오는 등 확 달라진 풍경이 펼쳐졌다.

'명소'로 유명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식당과 카페에는 손님이 드문드문했다. 맛집으로 소문난 피자집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맥줏집에도 손님은 2명뿐이었다.


문에 적힌 개점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각에도 가게 문을 열지 않은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가게는 폐점 후 남은 집기들을 개당 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한때 잘나가던 이태원 거리 상점 곳곳에는 '임대 문의' 종이가 붙었다. 미용실, 네일숍, 식당, 술집 등 업종 불문이었다.


집합금지시설 지정은 면했지만 빠른 박자의 음악을 틀 수 없게 된 헬스장에는 박효신, 빅마마, 바이브 등이 부른 발라드와 느린 댄스곡이 흘러나왔다.

헬스장은 4단계 격상에 따라 오는 25일까지 샤워실 이용이 금지되고, 러닝머신 속도는 6㎞/h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이용수칙 위반 시 헬스장과 회원에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단체로 동작을 맞춰야 하는 GX류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한다. 음악 속도가 빨라지면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비말이 많이 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헬스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발라드 음악'이 나오고 있다는 게시물들이 속속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박효신, 바이브, 빅마마, 김종국 등의 노래가 나오고 있다며 '헬스장이 감미로워졌다' '축 처진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시내 택시승강장에서는 3명 이상 탑승하려는 손님이 사라졌고 퇴근 시간 1~2인 탑승 손님도 크게 줄었다.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선 오후 6시부터 약 45분이 흐르는 동안 3인 이상 탑승하는 무리는 한 팀도 없었다. 오후 10시 무렵 광화문·종각역 인근 도로에는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수도권 내 택시는 탑승이 2명으로 제한된다. 사적모임을 2명 이하로 제한하는 사실상 '통행금지' 조처가 내려진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사적 모임이 아닌 퇴근길이 같은 3명이 한 택시에 탑승하는 것은 허용된다.

관련 조치는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오후 6시가 되자 3명 이상 모일 수 없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단속공무원들이 2명을 초과한 무리에게 흩어져 달라며 계도에 나섰다.

3명 이상이 함께 있던 무리는 하나둘 짐을 싸 자리를 떴다. 일부는 2명과 1명, 2명과 2명 등 옆 돗자리로 자리를 옮기는 등 나눠 앉는 모습도 연출됐다.

단속공무원에 따르면 이날 한강공원을 찾은 사람은 평소보다 60~70% 줄었다. 공원 내 오후 10시 이후 음주 금지 행정명령이 발효된 지난주부터 방문자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시민들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일부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소현씨(가명·30)는 "친구들과의 평일 저녁 약속을 주말 낮으로 옮기고 있다"면서 "솔직히 5인 이상 금지 때도 테이블 여러 개를 잡는 식으로 5인 이상 모임이 가능했는데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가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강공원을 찾은 박모씨(22)는 "야외까지도 3명 이상이 모이는 걸 막을 필요가 있나 싶지만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 어쩌겠나"라며 "코로나 사태가 빨리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등은 거리두기 4단계 적용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시기사 백모씨(64·남)는 "버스나 지하철이 사람들이 더 몰리는데 택시만 3인 미만으로 제한하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결국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자영업자만을 희생시키는 방역조치에 불복을 선언한다"며 14일 심야 차량 시위를 예고했다.

비대위는 14일 오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광화문과 서울시청 구간에서 1인 차량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단체 추산 500대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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