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전경.2019.2.6./뉴스1 © 뉴스1 오미란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제주도의 허가 취소로 문을 열지 못할 뻔했던 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이 항소심 판결에서 허가 취소가 뒤집히면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제도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만큼 논란이 예고되지만, 정부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행정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18일 녹지국제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 선고 공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에 2019년 4월17일 녹지국제병원 측에 통보한 조건부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할 것을 명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녹지(綠地)그룹이 지난 2017년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778억원을 투자해 설립하려했던 영리병원이다. 47병상 규모로 성형과 피부과 진료에 집중하는 기관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다.


영리병원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에서 자유롭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 하에서 운영되고 있어, 환자 몫의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진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다. 반면 영리병원은 환자가 진료비 전액을 부담하거나 해당 병원과 계약된 민간 보험을 들어야 한다.

실적이 높아지는 만큼 투자를 끌어올 수 있어 영리병원은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제기되지만, 반대하는 측에서는 건강보험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고 의료비 폭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12월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 제출 당시 보건복지부는 이를 허가했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면서 제주도는 허가 결정을 미뤘고 2018년 3월 공론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같은해 12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 내국인 진료만 가능해진 녹지병원은 결국 병원 개원의 법적 시한을 넘겼고, 이를 빌미로 제주도는 결국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국제병원 측은 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것과 진료 대상을 내국인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 소송을 걸었고, 1심 재판부에서는 개설허가 취소는 원고 청구를 기각하고, 내국인 진료 제한에 대해서는 선고를 연기했다.


이번 항소심이 1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국내 첫 영리병원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제주뿐 아니라 인천·부산 등 다른 경제자유구역에서의 영리병원 설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아직 해당 선고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의료기관 개설의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은 받아들였지만, 내국인 진료 제한의 적법성 여부는 아직 다루지 않았다. 1심 재판부가 의료기관 개설 취소 결과에 따라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선고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허가 조건으로 '내국인 제한'을 걸어둔 것은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자인 만큼 건강보험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녹지국제병원이 병원 설립 허가에서는 승소하더라도 내국인 제한 조건을 넘지 못하면 수익성이 떨어져 병원 운영이 쉽지 않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최종심에서 결정이 나겠지만, 허가가 번복되더라도 병원을 그대로 운영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며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외국인 환자가 이용하려 들어오기 어려운 환경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사실상 제주도 입장에서는 난감한 판결일 수밖에 없다"며 "소송 대리인과 담당 부서 등과 함께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을제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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