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경찰 고위직을 지낸 굴라프로즈 에브테카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탈레반 조직원에게 구타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굴라프로즈 에브테카르 인스타그램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을 점령한 극단주의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탈레반이 여성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경찰 고위직을 지낸 여성조차 탈레반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 범죄 수사 차장을 지낸 굴라프로즈 에브테카르는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하며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겪은 일들을 털어놨다.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경찰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굴라프로즈는 아프간에서 여성으로서 처음 경찰 고위직에 올랐다. 아프간 내 많은 여성의 '롤모델'이 된 굴라프로즈는 방송과 SNS에서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주장하며 이슬람 극단주의 등에 맞섰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하자 굴라프로즈 역시 아프간을 탈출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물도 빵도 없이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탈레반에 둘러싸인 채 카불 공항 출입구에서 닷새를 보냈다"면서 "어린이와 여성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탈출하기 위해 여러 국가의 대사관에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소용없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그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난민 캠프에 도착해 "우리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안전한 나라로 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난민 캠프를 관리하는 병사는 굴라프로즈를 시내로 내쫓고 총을 겨누며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

러시아 대사관 역시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 경찰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음에도 영주권이나 거주권이 없기 때문에 도울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굴라프로즈는 공항으로 이동해 탈출하려 했다. 이 때 탈레반 조직원들이 굴라프로즈를 막아선 뒤 그를 사정없이 구타했다. 그는 "그들의 모든 말에는 주먹이 따랐다"며 "주먹·군화·무기 심지어 돌로 나를 때렸다. 맞고 나선 일어날 수 없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