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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월가 시위에서 '우리는 99%다'라는 슬로건을 제창했던 행동파 지식인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대표작 '불쉿 잡'이 번역출간됐다. 불쉿(Bullshit)은 '쓸모없는', '엉터리', '쓰레기 같은' 등의 의미를 지닌 비속어다.
인류학자인 그레이버는 세상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는 무의미한 일자리가 전체 직업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무의미한 일자리를 '불쉿 잡'이라고 표현했다.
불쉿 잡에는 사모펀드CEO나 광고조사원, 보험설계사, 텔레마케터, 집행관, 법률 컨설턴트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레이버는 이러한 직업 종사자들이 갑자기 사라진대도 세상이 그다지 나빠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에 교사, 간호사, 청소부, 음악가, 항만노동자, 정비공들은 꼭 필요한 직업군이다. 불쉿 잡의 직업군들은 의사를 제외한 꼭 필요한 직업군들이 보다 고액의 연봉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그레이버는 이런 현상에 대해 심리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영향을 다양하게 파헤친다. 출발은 그가 2013년 한 온라인 매체에 기고한 '불쉿 직업이라는 현상에 관하여'라는 글이었다.
이 글은 1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한국어 등 언어 17개로 번역되어 전 세계로 퍼졌다. 저자는 이 글을 둘러싼 수많은 온라인 토론을 수집했고 불쉿 직업 경험자들로부터 증언을 받았다.
선진국에서는 2차대전 이후 기술적 발전에도 일만을 위한 일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저자는 100여 년간 판도를 바꾼 금융자본주의의 성장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4차 산업인 금융, 보험, 부동산 부문은 1990년대 전체 경제의 50% 넘게 성장했다.
불쉿 직업은 이런 분야에서 급증했다. 저자는 경제적 관점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통찰을 통해 창의적 보살핌 노동을 문화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불쉿 직업을 해소할 해결방안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생계와 노동을 분리한다. 우리가 노동의 가치와 시간의 가치를 임금으로만 환산하지 않을 수 있다면 비로소 인간의 자유가 무엇인지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불쉿 잡/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김병화 옮김/ 민음사/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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