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제 책임입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54·경찰대 5기)은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 상황을 묻는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의 말에 이같이 답했다. 대장동 수사는 물론 모든 경찰 수사의 책임자는 남 본부장 본인이라는 의미다.
경찰 계급 서열 1위인 김창룡 경찰청장(57·경찰대 4기)을 두고 남 본부장이 경찰 수사를 총괄 지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경찰권 확대로 요약되는 검경 수사권조정의 후속조치로 국수본이 올해 출범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권한 쏠림 방지 차원에서 Δ자치경찰 Δ국가경찰 Δ수사경찰로 경찰권이 '삼등분'됐다. 정보와 보안, 외사·경비 등 국가경찰 사무는 경찰청장이, 살인·상해·사이버 범죄·성범죄 수사 등 모든 수사경찰의 사무는 국수본부장이 올해부터 지휘한다.
교통법규위반 단속 등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관리·감독한다.
그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단연 수사경찰이다. 올해 부동산 투기 의혹, 고발사주 의혹, 대장동 특혜 의혹 등 정치권과 대권주자가 관련된 '굵직한' 사건들이 잇달아 터졌고 경찰은 이 사건들을 모두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남 본부장이 총괄 지휘하는 수사경찰은 '늦장 수사''부실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의원과 가족 등 최소 33명이 경찰의 내·수사 대상이 된 부동산 의혹이 대표적이다.
경기 용인시장 시절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이 지난 5일 구속된 것 외에 또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증거 확보가 쉬운 일이 아니다"고 해명하지만 공감을 잘 얻지 못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소환조사조차 받지 않은 정치인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흐름 의혹을 5개월간 내사(입건 전 조사)만 진행했다. 이 기간 범죄 혐의점을 확인하지 못해 피의자로 한명도 입건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화천대유 의혹에는 여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관련돼 이목이 집중되지만 수사 전환 후에도 경찰의 소환조사 등이 더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이 이달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잇달아 진행하자 경찰이 그제야 수사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경찰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연휴 마지막날인 11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검찰도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는 마당에 경찰이 무엇을 수사해야 할지 불분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를 총 지휘하는 남 본부장도 답답한 면이 있을 것이다. 수사권 조정에도 검찰의 동의를 받지 않는다면 경찰은 압수수색과 구속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없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진척시키는 데 한계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신중해도 너무 신중하다'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는다. 더욱이 학자 스타일로 꼽히는 남 본부장은 올해 출범한 국수본의 무난한 안착을 주도했지만 수사 지휘 과정에서 더욱 과감해야 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대형사건의 진상은 과감한 수사 없이 규명되기 어렵다는 것을 수사통인 남 본부장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남 본부장은 검찰에도 협력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눈치 보지 말고 확실하게 수사하라"는 남 본부장의 성역 없는 수사 지휘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