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국들이 SMR 등 원전 확대로 에너지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글로벌 주요국들이 원전 확대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만으로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탈원전 기조를 유지한 채 수출 행보만 이어가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1일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산업 매출은 2016년 27조4513억원에서 2019년 20조7317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원자력산업 인력은 3만7232명에서 3만5469명으로 줄었다. 

국내 신규 원전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자 두산중공업 등 원자력업계는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최근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NDC 하한선을 35%로 규정했는데 이보다 5%포인트 높인 것이다. 

에너지 대란에 놀란 프랑스·영국… 원전 확대 시동

원자력발전 비중에 대해서는 기존의 탈원전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9%였던 원전 발전 비율은 2050년까지 6.1~7.2%로 줄일 방침이다. 현재 24기인 원전은 9기만 남게 된다. 최근 주요 국가에서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을 주목하자 정부도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를 2028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다만 SMR이 향후 상용화하더라도 이를 '수출용'으로만 사용하겠다고 선을 그어놨다.

대형원전도 침체해있는 건 마찬가지다. 한국은 기존 원전 가동을 중지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중단한 상태다. 24기 원전 가운데 10기가 2030년 안에 수명이 만료된다. 반면 전세계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SMR을 개발하기 위해 엔진 제조업체 롤스로이스에 2억1000만파운드(약 336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2017년 취임 당시 원자력 발전 비중을 낮추겠다고 공언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친원전 정책으로 전환했다. SMR 개발 등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예산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10개국도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매년 6~8기의 원자로를 새로 건설할 전망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전 가동을 중단했지만 최근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동유럽,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전 확대를 외치는 국가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탈원전 가속 한국… 업계 우려도

한국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위원회에 따르면 NDC 40%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를 30.2%까지 확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풍력, 태양광 등  설비를 100GW(기가와트) 규모로 구축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현재 풍력은 연간 200MW 내외, 태양광은 연간 4GW 수준이다. 2030년까지 매년 4.2GW가 설치된다고 해도 100GW까지는 턱없는 수준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려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라며 "풍력의 경우 주민들 반발에 부딪혀 당초 탄소중립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하는 그린수소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수년 내에 원자력 역할을 다시 재고해야 할 시기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정동욱 교수는 "영국이 수십년 동안 원전에 손을 놨는데 기술·인프라가 무너지니 최근 해외에 손을 벌리고 있다"며 "한국도 나중에 정책 전환을 하게 되면 영국 꼴이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할 경우 연간 탄소 1800만톤 감축이 전망된다"며 "2030 NDC를 실현하려면 시간이 없다. 신규 원전 건설이던 기존 원전 수명 연장이던 원전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