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모습. (뉴스1 DB) 2021.1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미러클 두산'의 가을 드라마가 결국 준우승으로 끝났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진출이라는 성과에 비해 아쉬운 마무리지만 '가을야구 DNA'를 마음껏 뽐내며 포스트시즌의 흥행을 이끌기도 했다. 역시 가을에는 두산만한 팀도 없다.

두산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KS 4차전에서 4-8로 패했다. 이로써 단 1승도 따내지 못한 채 KS 트로피를 신생 구단 KT에 내줬다.


하지만 준우승도 박수가 아깝지 않은 성과다. 외국인 투수 부재를 비롯해 여러모로 최악에 가까운 환경을 딛고 7년 연속 KS에 진출이란 새 역사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2015년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이 도입된 후 와일드카드부터 시작해 KS까지 오른 최초의 팀이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돌아보면 가을잔치 초대장을 거머쥔 것부터가 기적이었다. 최근 6년 동안 우승 3번, 준우승 3번을 차지한 두산은 개막 전부터 위기를 맞았다. 자유계약선수(FA)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최주환(SSG 랜더스)의 이적에 따라 우승권 경쟁에서 한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 KBO 한국시리즈’ 3차전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두산 양석환이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21.11.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시즌 중에도 변수가 있었다. 선발 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이영하와 곽빈이 흔들렸다. 특히 2019년 17승을 거뒀던 이영하는 극도의 난조에 빠지며 전반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8.33으로 흔들렸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유희관도 기대 이하였다. 토종 선발진 구성에 애를 먹은 두산은 전반기를 36승 39패, 7위로 마쳤다. 당시 4위였던 SSG와 승차는 4.5경기였다.


후반기 초반인 8월만 하더라도 성적은 5할을 밑돌았다. 그러나 찬 바람이 불자 '가을좀비'의 면모가 살아났다.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이영하는 불펜 에이스로 거듭났고, 4번 타자 김재환을 비롯한 중심 타선의 방망이도 깨어났다. 특히 개막 전 트레이드로 합류한 양석환은 팀 내 최다 홈런(28개)을 때려내며 오재일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두산은 거침없는 연승 행진으로 중위권 판도를 흔들었고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렇다해도, 야구꾼들이 모인 가을무대에서까지 두산이 선전할 것이라 예상하는 이는 적었다.

2선발 워커 로켓이 팔꿈치 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도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타 팀에 비해 선발진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 것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 KBO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 두산 정수빈이 5회말 1사 2루에서 호수비를 펼치고 있다. 2021.11.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두산은 특유의 집중력과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승장구했다. 두산은 WC 결정전에서 5위 키움 히어로즈를 제친 데 이어 준플레이오프(PO)에서 3위 LG 트윈스를 2승 1패로 무너뜨렸다. 이어 PO에서 2위 삼성 라이온즈마저 2연승으로 눌렀다.

두산은 최원준, 곽빈, 김민규라는 '잇몸'과 이영하, 홍건희를 필두로 한 '벌떼 불펜'을 앞세워 시리즈를 장악했다. '가을 남자' 정수빈을 비롯해 야수진도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선수단의 활약도 빛났지만 '가을 타짜' 김태형 감독의 지도력도 다시 한번 입증됐다. 얇은 선수층에도 정확한 상황 판단과 뚝심 있는 경기 운영, 적절한 투수 교체 타이밍을 선보이며 첫 포스트시즌을 치른 초보 감독들에게 경기 운영의 묘를 가르쳤다.

마운드에선 성과도 있었다. 곽빈과 이영하, 김민규는 큰 무대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고졸 루키' 최승용도 포스트시즌 경험을 쌓으며 내년을 기약했다.

비록 졌지만, 두산도 2021년 가을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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