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현지시각) 동티모르 수도 딜리 재무부 청사에서 개최된 코이카-동티모르 재무부 간 ‘진실화해센터 디지털화를 통한 역사 및 평화인식 증진사업’ 협의의사록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은주 코이카 동티모르 사무소장, 루이 아우구스토 고메즈 동티모르 재무부 장관. /사진=코이카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2024년까지 총 500만달러를 들여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와 함께 남태평양 국가 동티모르에 역사 인식과 평화 정착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22일(현지시각) 코이카는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현지 재무부와 ‘동티모르 진실화해센터 디지털화를 통한 역사 및 평화 인식 증진사업’의 협의의사록을 체결했다.

체결식에는 루이 아우구스토 고메스 동티모르 재무부 장관, 휴고 페르난데스 진실화해센터장, 김정호 주동티모르대사, 차은주 코이카 동티모르 사무소장이 참석했다.


동티모르는 약 450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가 1975년 해방된 뒤 곧이어 25년간 인도네시아의 식민 지배를 경험했다. 긴 기간 폭력과 분쟁, 정치 갈등을 겪으면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고 10만여명이 희생됐다. 국가 기반시설의 70% 이상이 파괴됐다.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고 독립과 재건을 이뤄낸 역사는 동티모르의 청년 세대에 제대로 교육되지 않고 있었다.


동티모르는 국정 역사 교과서 없이 포르투갈로부터 역사 교과서를 수입해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학 내 역사교육학과나 교사를 위한 역사 연수가 전무하기 때문에 자국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교육하기가 어려웠다.

신생국으로서 역사의 기록과 보존도 열악했다. 인도네시아 점령 당시의 형무소 건물을 활용해 진실화해센터를 건립하고 근대사 사료를 관리해왔으나 오래된 서면자료나 시청각 자료 등이 제대로 보관되거나 전시되지 못했다.

코이카는 유네스코와 함께 이번 사업을 통해 동티모르 진실화해센터의 사료 관리와 전시를 개선하고 이를 활용해 역사 교육을 지원한다.


먼저 진실화해센터 아카이브룸의 사료를 디지털화하고 한해 방문객이 2500여명에 지나지 않는 도서관 시설을 개선해 방문객 친화적인 전시를 제공할 예정이다.

역사 교육 면에서는 교사들을 위한 평화와 근대사 교육 모듈을 개발해 연수와 워크숍을 할 예정이다. 전국 500여명의 역사 교사가 3년간 연수를 받고 약 15만명의 학생들이 양질의 역사 교육을 받는 효과가 있다.


동티모르 정부 주요 인사들이 평화 구축을 위한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하거나 참석하는 것도 지원해 동티모르 정부 내 역사와 평화 인식이 지속적으로 자리잡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진실화해센터가 동티모르 역사 교육의 핵심 시설로 자리 잡고 동티모르 내 역사관과 평화 인식이 확산되어, 동티모르의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

김정호 주동티모르 대사는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동티모르 최초로 공인된 교사용 역사 및 평화 교육 모델을 발굴해 동티모르의 미래 세대들이 역사 인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유엔의 요청으로 1999년부터 상록수 부대를 파견해 동티모르의 독립과 재건을 지원한 바 있다. 코이카는 2001년 동티모르 독립기념관 사업 건립 지원을 시작으로, 2010년 수도 딜리에 해외사무소를 열고 교육 보건 분야 해외 원조사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젠더, 평화, 기후 변화 등으로 지원 분야를 넓혔다. 현지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매우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