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국민은행으로 합류한 윤진수 테크그룹 부행장은 회사의 디지털 전환을 진두지휘해왔다. 사진은 윤진수 부행장이 지난 11월12일 서울 여의도동 전산센터 서관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 하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사진=장동규 기자
“국민은행의 알뜰폰(통신) 사업과 신한은행의 배달업(땡겨요) 진출 등 이종업종 간의 경계를 허무는 얘기는 더 이상 옛날 얘기가 아닙니다. 실제 선진국의 경우 금융 부수업무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더욱 분발해야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윤진수 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은 디지털 전략과 관련해 “허인 국민은행장이 늘 강조했던 말”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2019년 4월 국민은행으로 합류한 윤진수 부행장은 회사의 디지털 전환을 진두지휘해왔다.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핀테크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변화의 필요성에 절박감을 느끼며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의 디지털부문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윤진수 부행장을 지난 11월 서울 여의도동 국민은행 전산센터 서관에서 만나 그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삼성맨·빅데이터 전문가, 은행 온 이유는

윤진수 부행장은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전산학 석·박사를 거쳤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2013년 조직개편 당시 신설된 조직인 빅데이터센터를 이끌었다.

이후 그는 2016년 12월 삼성SDS로 넘어가 데이터 분석 등을 담당했다. 이어 2018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서 디지털채널을 담당하며 금융업을 처음 접한 그는 2019년 4월 국민은행으로 합류했다. ‘삼성맨’이자 빅데이터 전문가로 꼽히는 그가 은행으로 오게 된 이유는 뭘까.


윤 부행장은 “삼성SDS 재직 시절, 데이터 분석 작업을 고객사에 가서 하다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은 점들도 있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자체 데이터가 있는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다 눈을 돌리게 된 곳이 금융사였다. 그는 “금융 거래 자체가 데이터이다보니 자연스레 자체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는 은행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윤 부행장은 취임한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KB알버트(ALBERT)’를 꼽았다. KB알버트는 지난해 6월 국민은행이 금융 언어에 특화해 만든 AI 모델이다. KB알버트는 어려운 금융 언어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다.

윤 부행장은 “은행 업무가 결국은 소통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필요한 답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금융언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자연어처리 엔진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특히 윤 부행장은 취임 이후 외부의 전문가들을 영입하는데 집중했다. 그는 “올 4월 금융권 최초로 CTO(최고기술책임자) 직함을 신설하고 네이버 출신인 박기은 전무를 영입했다”며 “동시에 내부의 개발 인력들이 자기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는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진수 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사진=장동규 기자

디지털 전환 책임지는 테크그룹

윤 부행장이 이끄는 테크그룹은 ▲은행의 핵심 계정계 거래(코어뱅킹)를 담당하는 ‘테크서비스본부’ ▲은행의 365일 24시간 안정성을 책임지는 ‘테크인프라본부’ ▲정보계, 데이터분석 시스템을 담당하는 ‘데이터플랫폼본부’ ▲정보보안을 담당하는 ‘정보보호본부’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은행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테크혁신본부’로 구성돼 있다.

윤 부행장은 “최근에는 테크그룹 안에 애자일빌드팀을 별도로 신설해 은행 내 비즈니스플랫폼을 애자일 개발로 진행할 수 있도록 플랫폼 조직들을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핀테크 업체는 변화하는 속도가 남다른만큼 테크그룹 역시 지금보다 몇 배로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기 위해선 문화와 체질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은행 대표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KB스타뱅킹’ 개편과 10대 전용 금융앱 ‘리브넥스트’ 출시를 통해 디지털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KB스타뱅킹에선 카드·증권·보험 등 거래를 한번에 진행할 수 있으며 리브넥스트에선 만 14~18세도 계좌 개설 없이 송금 등이 가능한 선불전자지급 수단 ‘리브포켓’이 제공된다.

“미래 경쟁력은 BaaS”

특히 윤 부행장은 미국 골드만삭스 등이 도입한 BaaS(서비스형 뱅킹)를 강조했다. IT 기업들은 은행업 등 인가(라이선스)를 받지 않아 금융업에 진출하는데 제약이 있지만 BaaS는 은행이 IT 기업에 라이선스 없이도 은행 서비스를 할 수 있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들은 BaaS 사업으로 솔루션 설치, 사용과 관련된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윤 부행장은 “BaaS야말로 핀테크와 은행이 상호보완적 발전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라며 “각 은행들이 지금까지는 개인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개방형 플랫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선진 은행들의 경우에도 BaaS로의 진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부행장은 가상자산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발행은 시기의 문제로 중국 등 이미 시행한 국가들도 있어 오히려 한국은 늦은 편”이라며 “이를 준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지갑 구현 등 파일럿을 추진하고 있고 ‘멀티에셋’ 형태로 CBDC뿐 아니라 암호화폐(가상자산), NFT 등을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부행장은 “오히려 내년에 해야 할 일이 더욱 산더미”라며 “대표적으로 계정계 혁신 프로젝트인 ‘KB 코어 넥스트’(Core Next)부터 AI금융비서 플랫폼, 행내 협업 플랫폼 재구축, 지식그래프와 데이터플랫폼 등 큰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테크그룹이 회사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는데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원활히 수행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