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쿠데타 맞선 의로운 '병장 정선엽'을 기억하는 사람들
고교 동문들 2017년 모교에 기념식수…"헛된 죽음 되지 않길"
김오랑 기념사업회 "진상조사 후 국회에 추서 요구할 것"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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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의로운 동문 故(고) 정선엽 병장의 나무."
광주광역시 동신고등학교 교정 한켠에 서있는 소나무, 그 옆에는 42년 전 1979년 12월13일 새벽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한 젊은 군인의 이름이 새겨진 무릎 높이의 표지목이 서 있었다. 소나무와 표지목은 동신고 출신 정선엽 병장의 '의로운' 죽음을 추모하는 전국 유일의 기념물이다.
12.12 사태 당시 국방부 지하벙커 초소의 초병이었던 정 병장은 건물을 점거하기 위해 몰려드는 쿠데타군과 교전을 벌이다 끝내 사망했다. 다른 진압군들이 쿠데타군에게 제압당하는 순간에도 끝까지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그는 당시 스물셋 나이로 제대까지 3개월을 남겨두고 있었다. (관련기사: "동생, 반란군에 맞서다 산화…사과 없이 떠난 전두환, 추하다")
지난 8일 뉴스1은 정 병장의 기일에 앞서 그의 모교가 있는 광주에서 고교 동문들을 만났다. 정 병장의 동문들은 정 병장의 사건이 역사 속에 묻혀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지난 2017년 힘을 모아 기념식수를 심었다. 이후 동문들은 12월 이맘때가 되면 함께 교정을 찾았다.
동문들은 불의에 저항하다 마지막까지 군인으로서의 본분을 지킨 정 병장의 죽음이 너무도 안타까웠지만 그를 기념하는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의 사건을 알리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정 병장의 고등학교 1년 선배이자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던 김병태씨(66)는 "혹시나 정치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념식수를 하나 심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씨는 기념식수에 더해 여러 다른 추모사업들을 추진하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보여주지 않아 아쉬운 순간이 많았다고 했다. 특히 김씨를 포함한 동문들은 지역 정치인, 국회의원 등 힘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지만 잠시만 관심을 가질 뿐 누구도 나서서 정 병장을 기리는 사업을 도와준 이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동문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정 병장이 나라를 지키다 산화했고 그 죽음이 상징성이 있음에도 '병사'라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정 병장과 같은 시기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연행하려는 쿠데타군에 맞서 교전을 벌이다 사망한 고(故) 김오랑 중령의 경우에는 1990년 소령에서 중령으로 추서됐고 2012년에는 보국훈장이 수여됐다.
정 병장의 1년 후배인 이인곤씨(64)는 "그 형님의 죽음은 절대 헛된 죽음이 아니다. 형님은 당시 12.12 반란 사건에서 가장 처음으로 저항한 군인이다"라며 "다른 사람들은 총기가 다 탈취 당해 뺏겼지만 그 형님은 끝까지 총기를 잡고 저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씨는 "당시 국방부를 사수하라는 명령이 있었기 때문에 (정 병장은) 그것을 끝까지 사수한 것"이라며 "또 그 양반이 의협심이 강했던 것이 당시 원래 후임 장병이 근무를 서야 했는데 (비상 상황이라) 근무를 대신 서서 죽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씨를 포함한 동문들은 정 병장의 죽음은 쿠데타군에 맞서 상관을 지키다 순직한 김오량 중령의 죽음과 다를 것이 없다며 임무를 수행하다 숨진 그에게 훈장이라도 추서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동문에게 몇년째 추모사업이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들은 "내세에 가서라도 정 병장을 보게 됐을 때 부끄럽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정 병장과 동기로 고등학교 시절 합숙하며 지내기도 했다고 밝힌 정형윤씨(65)는 "내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다면 선엽이가 그럴 것 아닙니까. '너희들은 내가 그렇게 가벼렸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와버렸냐' 하고요. 그때 '열심히 했는데도 잘 안되더라' 그 말이라도 한마디 하려고 하는 겁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 병장의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활동하는 이들은 고교 동문들 뿐만은 아니었다. 과거 김오랑 중령의 추모사업을 이끌어낸 '참군인 김오랑 기념사업회'도 정 병장의 명예회복과 훈장 추서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김준철 참군인 김오랑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정 병장의 사망의 정확한 경위를 밝히기 위해 군사망조사진상위원회에 재조사를 신청했다. 그는 "재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회에 훈장 추서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국방부를 지키다 사망했으나 국방부에 그를 기념할 수 있는 조형물이라도 세울 수 있도록 힘을 모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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