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 /사진=LG화학
◆기사 게재 순서
(1) 팬데믹 위기에도 빛났던 ‘K-인더스트리’
(2) 코로나 뚫은 K-반도체, 韓 경제 버팀목 ‘우뚝’
(3) 다사다난 ‘K-배터리’, 위기 넘어 미래 준비 올인
(4) 글로벌 휩쓴 K-조선, 고부가 기술 빛났다
(5) ‘역대급 호황기’ 보낸 해운… 운임 연일 신기록
(6) 中감산·가격 인상… 펄펄 끓는 K-철강
(7) 정유 ‘유가 상승’·석화 ‘코로나 특수’로 반등 기지개
(8) K-전기차의 질주, 세계를 사로잡다
(9) 코로나에 우뚝 선 K-제약·바이오
(10) 훨훨 난 K-방산, 자주국방 새 이정표
(11) ‘수출효자’로 거듭난 K-게임, 글로벌 왕좌 재탈환 나선다

정유·석유화학(석화)업계는 올해 국제유가에 울고 웃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스(-)38달러까지 추락했던 유가는 2년 만에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하반기 들어선 80달러를 웃돌았다.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이익을 얻은 것과 달리 석화업체는 원료가격 상승으로 부담을 피하지 못했다. 

석화업계는 코로나19로 사용량이 증가한 위생용품·일회용품·의료용품 소재 판매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석화업계는 탄소중립 비전에 맞게 사명에서 ‘화학’을 과감히 떼내는 행보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5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정유업계는 올해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힘입어 영업이익 7조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정유·석화업계는 내년에도 친환경 소재 개발과 석화비중 확대 등에 집중할 전망이다. 

적자 늪서 탈출 ‘화려한 부활’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실험 물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국제유가는 올 초만해도 배럴당 50달러대였지만 지난 6월 7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가 70달러를 넘어선 건 2018년 10월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이후 10월엔 85달러에 도달해 7년 만의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았다. 

원유를 가공해 이익을 남기는 정유업계는 재고평가이익을 누렸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를 사들인 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 판매한다. 유가가 상승하면 미리 구입해 놓은 원유를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정유사의 수익지표인 정제마진도 크게 뛰었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가격이다. 지난해 마이너스와 1달러대를 오갔던 정제마진은 올해 8달러까지 상승했다. 통상 국내 정유업체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본다. 

비정유 부문도 호실적을 이끈 요인 가운데 하나다. 에쓰오일은 올 3분기 비정유 부문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66.2%를 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연간 2조36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2조4398억원, GS칼텍스는 1조5000억원, 현대오일뱅크는 1조원으로 전망된다.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약 7조원에 이른다. 

석화업계의 경우 원재료가 되는 유가 상승으로 제품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값)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원료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무작정 전가하기도 어려웠다. 다행히도 석화업계는 코로나 특수로 피해를 줄였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며 가전과 인테리어 제품의 수요가 늘자 각종 석화 소재의 매출도 커졌다. 여기에 중국의 에틸렌 공장 증설 지연과 한파로 인한 미국의 생산 차질로 국내 석화업계가 반사 이익을 누렸다. LG화학은 올해 창사 이래 최초로 연간 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전년대비 429.6%나 증가한 1조8904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곳간 채우고 친환경 兆단위 공격투자

‘요소수 부족’ 사태는 정유·석화업계에도 큰 화두였다. 중국산 요소 수입이 중단되면서 국내 최대 요소수 제조업체인 롯데정밀화학은 울산공장 생산라인 일부 가동을 멈추기까지 했다. 

주유소 사업자들은 대리점으로부터 요소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화물차 운전자들의 요청이 지속되자 난감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주유소 사업자들은 “트럭 운전자들이 주유소에 요소수가 없으면 주유를 하지 않고 가버린다”며 매출 감소를 우려하기도 했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20% 인하 정책 시행 첫날엔 요소수를 찾는 소비자들과 주유를 하러 온 소비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 곳도 나왔다. 전 세계의 탄소중립 시계가 빨라지자 정유·석화업계는 저탄소 경영 전환에 과감히 몸을 던졌다. 

SK종합화학은 SK지오센트릭으로,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임팩트로 간판을 바꿨다. 두 회사 모두 사명에서 ‘화학’을 떼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정유사들도 사명에서 ‘오일’을 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친환경 사업에선 조단위 투자를 이어갔다. LG화학은 첨단소재와 석유화학, 생명과학 부문에 총 10조원을 쏟기로 하고 생분해성 공장·바이오 오일 공장 설립, 미국 내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 공장 설립 등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세계 최초로 100% 생분해성 신소재를 개발하거나 바이오 원료로 만든 친환경 제품인 고흡수성수지(SAP)의 첫 수출에 나서기도 했다. 

바이오 페트.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본격적인 수소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투자를 이어갔다. 수소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수소저장용기 상용화를 위한 파일럿 공정설비를 마련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탄소나노튜브(CNT) 개발에 성공하면서 배터리 소부장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한화솔루션은 1조원을 들여 프랑스 재생에너지 기업을 인수해 태양광부터 육·해상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재생에너지 사업 기반을 다졌다. 

정유사들의 친환경 사업 성과도 가시화된 한해였다.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만들어진 열분해유를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울산CLX의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원료로 소량 투입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열분해유를 원유 정제 공정에 투입해 친환경 나프타를 생산했다. 

내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여도 석화 제품의 수요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방역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위생용품과 일회용품의 사용량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올해 판매가 부진했던 항공유 수요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