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6월부터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가 시행된다. 그동안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로 ‘노후 안전핀’ 역할이 턱없이 미흡했던 퇴직연금이 16년 만에 제도 변화를 맞는 것이다. 디폴트옵션 도입 시 근로 소득자 퇴직연금의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예·적금으로 묶인 퇴직연금이 펀드 등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가속화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도 포함돼 적극적인 수익률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퇴직연금 개편' 디폴트옵션, 잠자는 수익률 깨울까 ②디폴트 옵션 기대감 '뿜뿜'… TDF 시장 경쟁 가속화 ③호주·미국, 디폴트옵션 도입 연 평균 수익률 8%대… 일본은 반면교사 삼아야
최근 자산운용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모습이다.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TDF(타깃데이터펀드) 시장 선점을 목표로 퇴직연금 시장에 고삐를 죄고 있어서다. 지난해 TDF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불안과 고령화 등 여파로 은퇴 이후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거세지는 TDF 열기 속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도입으로 TDF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에 먼저 깃발을 꽂기 위해 TDF 운용전략 업무에 주력했던 인물을 CEO(최고경영자)로 영입하는가 하면 부서를 신설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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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TDF”… 지난해 BNK·신영 등 4곳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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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에서 TDF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총 16곳이다. ▲신영자산운용 ▲IBK자산운용 ▲BNK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등 4곳이 지난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 펀드 개수는 2020년 말보다 22개 늘어 137개, 설정액은 3조6464억원에서 7조847억원으로 증가했다. 삼성자산운용의 펀드 수가 26개로 가장 많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13개), KB자산운용(12개), 한화자산운용(12개) 한국투자신탁운용(10개)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 도입 시 TDF 시장이 더욱 빠른 속도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폴트옵션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TDF, 장기 가치 상승 추구 펀드, 머니마켓펀드(MMF), 인프라펀드(뉴딜펀드), 원리금 보장상품 등 5가지인데 가입자가 별도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가입자가 사전에 선택한 상품으로 운용된다. 즉 디폴트 옵션 도입 시 자산운용사의 주요 퇴직연금 상품인 TDF로 자금 유입이 활발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변재일 한화자산운용 WM솔루션운용팀장은 “지난해 퇴직연금이 DC(확정기여)형으로 전환되고 연금계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TDF 시장이 성장했는데 실질적인 성장은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는 2022년부터”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2006년 연금보호법이 제정되며 디폴트 옵션이 도입된 바 있다. 제도 시행 이후 TDF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 TDF 시장 규모는 2019년 말 1조340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했다. 미국 펀드업계 연구소인 ICI(Investment Company Institute)에 따르면 미국 TDF 투자자의 80% 이상이 연금 관련 투자자들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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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업계 TDF 사활… CEO 바꾸고 부서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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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는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TD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장을 교체하거나 부서를 신설해 승부수를 띄우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펀드 시장이 위축된 와중에도 홀로 몸집을 부풀린 TDF 시장에 사활을 걸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원조 1세대로 꼽히는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새 대표로 맞이했다. 배 대표는 2002년 삼성투신운용(삼성자산운용의 전신)에서 국내 1호 ETF인 KODEX(코덱스)200을 선보인 인물로 ‘한국 ETF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삼성자산운용 재직 시절 ETF와 TDF 업무를 핵심적으로 책임져 왔다. 한투운용 입장에서는 배 대표 영입이 ETF를 잡는 동시에 TDF 시장까지 노릴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자산운용도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TDF·TIF(타깃인컴펀드)를 전담하는 개인솔루션본부를 신설했다. 개인솔루션본부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솔루션 상품을 개발하는 부서로 TDF가 주력 상품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연금 시장을 전담하는 개인솔루션본부를 앞장세워 올해 TDF 시장 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연금 자산 운용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초에는 연금디지털솔루션본부를 신설하면서 TDF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외에도 템플턴자산운용에서 주신운용본부를 총괄한 강정구 글로벌 운용본부장을 신규영입하고 나중혁 투자전략센터장을 영입하는 등 TDF 시장 공략에 나서기 위해 외부인사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TDF가 자산운용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가운데 올해 디폴트옵션 시행과 맞물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한번 유치한 신규 고객은 10년 이상 장기 고객으로 고정적인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자금 조달원가가 추가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특성 덕분에 TDF 초기 고객 쟁탈전은 치열할 것이란 분석이다.
송태헌 신한자산운용 상품전략센터 수석부장은 “지난해 펀드 시장은 ETF 시장의 비약적 성장, 역대 최고 수준의 성장폭을 기록한 연금시장, 비대면 비즈니스 일상화에 따른 온라인 펀드시장의 성장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시장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는 올해는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 잡은 TDF와 액티브 ETF의 시장 경쟁이 어느 때보다 심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