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 앞에서 열린 어버이날 기념 행사에서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버이 은혜 노래 합창을 준비하고 있다. 2021.5.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지난해 4월8일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협치'를 외치며 시작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관계가 연말에는 파국 직전까지 갔다 가까스로 봉합됐다.

야당 소속으로 보궐선거에 당선돼 강력한 개혁 의지를 가진 오 시장과 시의회 110석 중 99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대립은 누구나 예상한 일이기도 하다.


올해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어 오 시장과 시의원들 모두 자리를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특정 정당이 절대다수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서울시-시의회 관계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시의회는 2021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9시를 넘어서야 44조원2190억원 규모의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2일 서울시와 시의회 관계자 의견을 종합하면 이 과정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인호 시의회 의장의 담판이 큰 역할을 했다.


당초 2022년도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인 지난해 12월16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시청 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정이 연기됐다. 정례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2일도 지나 회기를 27일까지 연장했으나 코로나19 생존지원금, TBS 출연금 등에 대한 서울시와 시의회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었다.

오 시장 취임 초기까지만 해도 서울시와 시의회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취임 첫날 '1호 결재'도 미루고 시의회를 찾아 "협력의 1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예감이 좋다. 민주당 협조를 받는 게 꽉 막힌 상태가 아닐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의회 민주당도 "원칙 있는 시정엔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당은 오 시장의 '내곡동 투기 의혹'과 관련한 행정사무조사 요구를 내려놓았고, 4월 임시회에서 오 시장을 상대로 예정된 시정질문을 연기하는 배려심도 보였다.

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물론 시의회를 존중하고 협력 동반자로 여기겠지만 취임 초기의 낮은 행보는 과거 재임 시절 좋지 못한 기억 때문이라는 말도 많이 나왔었다"며 "너무 친절하고 부드러워져서 '오세훈이 변했다'는 말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과거 2기 재임 시절에도 시의회 의석 106석 중 79석이 민주당인 상황을 겪었다. 2011년 시의회는 서울시가 부동의한 무상급식 증액 등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오 시장은 시의회가 신설·증액한 예산 집행을 거부했다. 이후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불발되면서 서울시를 떠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뉴스1

2021년 8월 들어 오 시장과 시의회의 불화는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광화문광장에 있던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면서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전임 시장 시정 결정된 일이라고 설명했으나, 세월호 유족들과 민주당은 새로운 광장에 세월호 관련 시설을 만들어 달라고 강력 요구했다.

오 시장은 같은 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 '서울시장 오세훈TV'에 '사회주택으로 세금 2014억원이 낭비됐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고, 시의회와의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9월 시의회 시정질문 도중 민주당 시의원들이 이 영상을 언급하며 오 시장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자 오 시장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사건도 발생했다.

A 시의원은 "오 시장은 이후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외치며 시민사회 관련 예삭 삭감 예고 등 '박원순 지우기'에 돌입했고 협치는 사실상 사라졌다"며 "이때부터 집행부와 시의회가 서로 벼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서울시와 시의회에서는 "극한대립의 정점은 지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두고 있어 양측 모두 과도한 정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시장과 시의원이 모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방선거가 대통령 선거 직후에 있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서울에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서울시 대 시의회 구도가 아닌 시의회 내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B 시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고 직전에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있어 민주당 간판만 달고 나오면 당선되던 시기였다"며 "지금은 언론보도 등에서 시의회라고 적고 뜻은 '민주당 시의회'이지만 앞으론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C 시의원은 "오 시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오 시장 입장에선 지금보다 우군이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시의회를 상대하기 편해질 것"이라며 "민주당 소속 시장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지금보다 적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결과적으로 지금과 정치 지형 자체가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D 시의원은 "정권 초창기, 시장·시의원 임기 초창기인 만큼 오히려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 누군가가 강하게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도 민주당이 무조건 집행부 편을 들지 않았던 것처럼 시의회는 견제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차기 시장의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지방선거 이후 정책 집행이 수월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 서울시 직원은 "시의원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절대다수 정당이 다른 당 시장에겐 더 가혹한 게 사실 아니겠느냐"라며 "공무원 입장에선 그저 시민을 최우선시 하는 분이 우리를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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