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홍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장. 2021.12.31/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검찰에서 첫 강력수사 분야 '블랙벨트(1급 공인전문검사)'가 나왔다. 천기홍(51·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합법적 사업가로 위장해 인터넷 도박과 사금융 시장에서 활동하며 금융시장을 교란한 제3세대 조직폭력배 사건,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 수익금 110억여 원이 발견된 사건 수사로 이름을 날렸다. 대검 조직범죄과장과 마약과장을 역임하는 등 강력 분야 전문 경력을 쌓았다.


강력 수사 분야에선 처음으로 검찰 내 최고 전문성을 상징하는 '블랙벨트'를 받은 그가 6개월째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 지난해 신설된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를 이끌게 되면서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따라 기관간 협력 사안이 급증하고 중요도 역시 높아졌다. 그가 이끄는 협력부는 수사 공백을 막는 역할을 한다. 급변한 수사 환경에서 검경 협력의 첫 돌을 놓아야 하는 임무를 받았다. 말하자면 가보지 않은 길이다.


천 부장은 2021년 마지막날 서울중앙지검 사무실에서 가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형사사법제도 시행으로 조직범죄, 마약범죄 등 강력수사 분야 수사공백을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공감한다"며 "신설 조직인 협력부는 반부패·조직·마약류 범죄에 대해 초동·내사단계부터 철저한 사법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공수처 수사사건 협력·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검경 협력, 전례 없다는 말 대신 지속가능한 시스템 정립해야"


검경수사권 조정 시행 1년, 검찰과 경찰은 저마다의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검경 협력의 최일선 현장에서 그가 느끼는 답답함이 궁금했다.

천 부장은 지속가능한 검경 협력 시스템 정립을 첫 손에 꼽았다. 그간 실무자나 그 윗선의 '의지'에 좌우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전례가 없다며 막판에 틀어지는 일도 많았다.


천 부장은 "검찰과 경찰이 협력한다고 회의 테이블에 앉아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해보고 끝나는 때는 실무자나 혹은 그 윗선이 별 의지가 없는 경우"라며 "운 좋게 검경 각 담당자들끼리 뜻이 맞아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 하면 또 인사가 나 담당자가 바뀌고 그 다음 회의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사람들끼리 만나 처음부터 다시 조율해 나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사람에 좌우되지 않는 협력 시스템 정립이 절실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한 "스페인의 경우 마약검찰청이 따로 있는데 대형 마약 사건이 터지면 마약검찰청이 사건 지역의 경찰과 세관, 군, 정보기관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하는 것이 시스템이 돼있다"면서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에 참석했을 때였는데 스페인 마약검찰청 검사가 한국에는 그러한 시스템이 정말 없느냐고 의아해하며 물어본 기억이 있다"고 했다.

최근 그가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협력기관인 서울세관의 마약 수사 전문성을 키우는 일이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마약류 가액 500만원 미만 밀수입 사건은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세관 특사경의 수사 대상이 됐다.

그러나 세관의 마약 수사 인력이나 전문성이 아무래도 부족했다. 이에 서울세관과 상시 수사협력 채널을 구축했다. 천 부장은 "우리 쪽 마약 수사관과 세관 특사경을 일대일로 매칭해 협력하고 수사 노하우 등을 공유하게 했다. 영장 부분에 있어선 검사를 매칭했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새로운 형사사법제도의 갑작스런 시행으로 사경, 특사경의 인적·물적 역량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국민안전에 소홀한 부분이 생길 수 있으니, 수사협력·지원에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천기홍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장 신년 인터뷰. 2021.12.31/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으로 수사 차질 우려…해외선 '언더커버'로 증거 확보"

올해 법조계가 가장 우려하는 변화는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이다. 올해 기소된 사건부터는 피고인이 자신의 조서를 인정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수사는 물론 재판까지 지연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천 부장 역시 상당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해외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수사의 경우에는 대부분 해외에서 이루어진 범행으로 증거취득에 어려움이 많고, 조직범죄의 다양한 구성요건 인자들이 공범들의 진술을 주된 증거로 채택되는 상황이기에 수사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객관적인 자료 확보를 위한 과학적인 수사방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진술 이외의 다양한 물적증거 취득 방식 개발과 입증정도, 방식에 대한 연구 등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한 조직원의 진술을 주요 단서로 확보한 후 조직의 총책까지 뻗어나가는 수사가 많은데, 앞으로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진술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 봤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영상녹화진술에 대해선 증거능력을 보완하는 정도로라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해외 수사기관에서는 흔히 쓰는 위장수사(언더커버)나 플리바게닝(유죄 인정 감형 협상)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해외에 점조직을 둔 마약이나 조직범죄 수사에 한해서만이라도 '언더커버' 도입을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그가 먼저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n번방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리고 주범을 잡게한 이들이 '언더커버'로 잠입취재한 일반 시민이란 것을 아느냐고.

현행법상 경찰 등 수사기관의 언더커버는 허용되지 않는다. 언더커버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다 대학생 '추적단불꽃'의 잠입 취재로 n번방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운영자 '갓갓' 문형욱이 잡힌 이후 변화가 생겼다. 2021년 9월부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한해 경찰의 언더커버 특례가 마련됐다.

천 부장은 "미국, 캐나다,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 법 집행기관 관계자들은 한국에 플리바게닝이나 언더커버 제도가 없다는 것에 놀라면서 우리나라와 마약 수사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UN의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협약(UNTOC)의 수사기법에도 언더커버가 있다"며 "외국은 언더커버를 잠입시켜 A국가에서 출항한 선박에 마약 몇톤이 실려있다는 정보를 획득해 국제공조 수사를 하는데 우리는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조직범죄 등 강력수사 분야는 검찰 선후배, 동료들이 국민을 위해 열정과 헌신으로 지켜온 영역"이라고 강력수사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갖춘 효율적인 마약·조직범죄수사청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마약 전문 수사기구 출범에 대한 평소의 오랜 바람도 끝으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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