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알마티 시청 청사에 시위대가 난입해 경찰이 최루탄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김정률 기자 =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연료값 인상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는 시장 집무실에 시위대가 난입하는 등 혼란상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시청 청사와 대통령 관저에 이어 알마티 국제공항까지 점거했으며, 이로 인해 알마티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보도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시위대의 공격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시위의 중심이 되고 있는 알마티와 수도 누르술탄, 망기스타우 등에 오는 19일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까지 내렸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TV연설에서 "법 집행기관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가능한 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이끌던 안보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본인이 이어받았다면서 더 이상 무법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도 덧붙였다.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 AFP=뉴스1

AFP는 현재 카자흐스탄 내 인터넷과 휴대전화 접속 또한 차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인터넷 통제 모니터링 단체 넷블록스는 "하루 만에 카자흐스탄에 전국적인 인터넷 중단이 발생했다"며 "이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보도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는 물가 폭등과 연료값 인상이 부당하다며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특히 시위대는 밤사이 알마티 시청 청사에 난입했고 시장실은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섬광탄과 최루탄을 발사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부터 빼앗은 곤봉과 방패로 무장했다. 목격자들은 경찰이 시위대가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번 소요사태는 카스피해 연안 유전지대인 망기스타우 주(州)의 차량용 액화천연가스(LPG) 가격 급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내 도시인 자나오젠에서는 지난 2일부터 리터당 120텡게(330원) 가스값 인하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카자흐스탄 경찰이 알마티 내 반정부 시위를 통제하고 있다. © AFP=뉴스1

정부는 지난 1일 낮은 가격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격 상한제를 폐지했지만 잇따른 시위로 이날 일부분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카자흐스탄 대통령실은 아스카르 마민 카자흐 총리와 내각의 사임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새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 현 부총리인 아리한 스마일로프가 총리 권한대행을 수행한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각료 권한대행들에게 LPG 가격 상한제를 부활하고 휘발유, 경유 등 기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물품의 가격을 통제할 것을 지시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또 공공요금의 가격을 동결하고 가난한 가정에 임대료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명령했다.

정부의 이런 입장에도 시위는 오히려 격화했다. 현지 언론은 일부 건물이 불에 탔으며 시위대가 다른 정부 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95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러시아계 인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경제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곳을 약 30년간 통치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알마티 시위대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데 불만을 제기하며 "노인은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AFP는 카자흐스탄이 그동안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거의 용납하지 않았으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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