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각 KB국민은행 마스터RM·KPC코치/사진=박 마스터RM 제공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의 심장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바로 이곳이 우리나라의 미래가 요동치는 곳입니다” 1월의 어느 날,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성큼성큼, 그가 센터를 누빌 때마다 어깨에 걸린 카메라 렌즈가 빛에 반사돼 반짝였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사실 31년 차 베테랑 은행원이다. 박종각 KB국민은행 SME(소상공인)마케팅본부 마스터RM(기업전담코칭·KPC코치)은 평일에는 은행원, 코치, 때때로는 교수와 사진작가로 변신한다. 이름 뒤 여러 수식어가 붙는 탓에 챙겨 다니는 명함만 여러 장, 하지만 오는 20일이면 KB국민은행을 떠나게 된다.

“퇴직이라니 섭섭한데 앞으로 펼쳐질 날들이 기대된다. 거친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기분이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에 선 박종각 마스터RM, 앞으로 그의 카메라가 향할 곳은 어딜까.

31년의 행원 생활 마무리… “금융은 신뢰가 바탕”



퇴직을 앞둔 박종각 마스터RM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후배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종의 ‘노하우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마스터RM은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990년 대동은행에 입행해 금융권에 몸을 담게 됐다. 700여 명 중 5명을 뽑는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하지만 모든 게 순탄했던 건 아니다. 1997년 11월 IMF(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대동은행이 동화·경기·충청은행과 함께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한 순간 일터를 잃게된 그는 동료들과 길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냈다. 명동성당 앞에서 비를 맞으며 농성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듬해 대동은행은 KB국민은행에 인수됐다.


박 마스터RM은 “어느 날 지점에 앉아 있는데 햇살이 유독 이뻤다. 순간 '다시 시작이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의 우연한 결심이 31년을 이끌었다. 이후 KB국민은행 압구정중앙지점장, 사회협력지원부장, 경기중앙3 본부장, 강동·송파3지역본부장 등을 거쳤고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 KB국민은행 ‘국은인상’, 2002년 KB금융그룹 ‘올해의 KB스타상’을 받았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회협력부장이던 2014년 4월16일엔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듣고 밥차, 세탁차를 몰고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박 마스터RM은 “사람 없인 금융도 존재할 수 없다”며 “사람 간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의 의미가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회사들은 힘들 때 고객의 우산이 되기는커녕 우산을 뺏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국가적 어려움이 있을 때 발 벗고 나서는 등 사회적 책임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빌 캠벨이 꿈… 스타트업의 얼굴 담고 싶어”

(왼쪽부터) 박 마스터RM과 ‘KB유니콘클럽’ 선정기업 '플랙스'의 윤순일 대표/사진=박 마스터RM 제공

그는 2018년부터 매월 ‘참 아름다운 사진관’이란 이름으로 전국 요양원, 교회를 돌며 장수사진을 찍고 있다. 2020년부터는 가천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겸임 교수로 강의를 진행, 이듬해부턴 성남시 지방보조금 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바야흐로 ‘부캐’(부 캐릭터) 전성시대 속 그가 일찍이도 여러 이름을 갖게 된 건 대학 졸업을 앞두고 들은 한 강의를 통해서다.


박 마스터RM은 “대학시절 마지막 강의에서 노 교수가 ‘넓은 세상으로 박차고 나가라. 세상엔 무한한 공간이 있다’고 말한 게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때부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또 다른 도전이 찾아왔다. 2020년부터 후배 직원, 지점장을 대상으로 업무, 금융교육을 전담하게 된 것.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은 마음에 한국코치협회 코치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가 교육한 지점은 지난해 전국 우수 지점 1, 2등으로 나란히 선정됐다. 노 교수의 한 마디가 그의 삶에 용기를 준 것처럼 이젠 그가 동료, 후배들에게 힘을 주게 된 셈이다.


지난해부터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KB국민은행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KB유니콘클럽’을 통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1 심층 코칭으로 스타트업 대표들의 강점을 진단하고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하지만 박 마스터RM은 자문위원보다 ‘라면 친구’로 통한다. 스타트업 대표들과 컵라면을 먹으며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박 마스터RM은 “코칭은 경청과 질문을 통해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사회에 좋은 ‘코치’가 부족한 탓에 청년들은 방황하고 스타트업들은 길을 잃곤 한다”며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면 내가 나서서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코칭'은 단순히 기업의 성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의 성장이 지역사회의 성장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그가 바라는 모습이다. 그는 "애플과 구글 등 세계 최대 초일류 기업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빌 캠벨같이 기업을 살리고 또 기업이 성장해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며 “이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해 전시회를 여는 게 작은 꿈”이라고 말했다.


박종각 마스터RM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어 행복하다”며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지역사회와 기업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