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 행사에서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 마련 행보도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공동대표주관회사와 공동주관회사 등의 동의하에 공모 연기를 결정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공모가를 확정하기 위해 실시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주식시장이 미국발 긴축 우려로 하락세를 지속한 데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로 건설주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이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모가 희망 밴드를 5만7900~7만5700원으로 제시했지만 수요 확보에 실패하며 공모가가 최하단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컸다. 정 회장은 이번 상장을 통해 구주매출에 나설 예정이었다. 정 회장은 534만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142만주 처분을 앞두고 있었다. 상단가로 계산하면 정 회장은 약 4000억원, 정 명예회장은 약 1000억원을 확보한다. 하지만 최하단 가격을 대입하면 정 회장은 약 3000억원, 정 명예회장은 약 800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확보된 자금은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가 연기되면서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자금 마련 속도도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4%,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9%,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17.3% 보유하고 있다. 기아는 현대모비스의 최대 주주다.  

정 회장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만 들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합쳐도 7.47%에 그친다. 정 회장이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려면 약 3조8514억원이 필요하다. 정 회장은 상속·증여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정 회장이 정 명예회장의 현대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내야 하는 상속세는 2조5000억원으로 예측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정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와 합병하기 전 정 회장은 2004년과 2005년 현대엠코 지분 25%를 375억원에 확보했다. 정 회장이 2020년까지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받은 배당금 규모는 1919억6377만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에 성공했다면 약 4000억원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