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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재계에 지배구조 개편 바람이 분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마다 지배구조 건전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오랜 기간 지배구조 개선을 미뤄온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도 최근 해당 문제를 우선 과제로 살피는 모양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저마다 지주사 전환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이 모두 환영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알짜사업 물적분할 등 개인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슈로 떠오른 재계의 지배구조 개편 상황을 들여다봤다.
(1) ‘재계 투톱’ 삼성·현대차, 미완의 지배구조 개편 언제쯤
(2) 줄 잇는 기업 물적분할, 주주는 왜 반대할까?
(3) LG화학은 안 되고 포스코는 되는 물적분할… 뭐가 다르지?
한국 재계 ‘투톱’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양사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개편을 추진해왔지만 아직까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재구조) 경영 확산으로 각 기업에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필수 요소가 된 만큼 양사의 개선 작업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 준법위 “지배구조 개편 최우선”
삼성의 지배구조 이슈가 다시 주목받는 건 최근 2기 체제를 시작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최우선 과제로 해당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찬희 삼성 준법위 위원장은 지난 1월26일 2기 체제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삼성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외부 전문가 조언과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경청하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그동안 꾸준히 진행돼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하면서 계열사 합병과 지분 정리 등을 통해 2013년 80여개에 달하던 순환출자 고리를 2018년 모두 끊어냈다. 현재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7%를 보유하고 이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8.51%, 5억815만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 한도를 총자산의 3% 이하만 보유하도록 한 ‘3% 룰’의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안 마련을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연구 용역을 맡겨 놓은 상태로, 조만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준법위는 이 결과를 공유 받아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정리 문제 외에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 등도 지배구조 개편의 쟁점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4세 승계는 없다”고 밝힌 만큼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 체제와 이사회 운영 방식 등도 종합적으로 들여다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찬희 위원장은 “수직적 관계 지배구조 뿐 아니라 수평적 관계의 지배구조 등 모든 것을 포함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순환출자 고리 해소 어쩌나
현대차의 경우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글로비스→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복수의 순환출자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0.32%), 현대글로비스(20%), 현대차(2.62%), 현대오토에버(7.33%), 현대위아(1.95%), 기아(1.74%)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다른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초 정의선 회장과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각 3.3%, 6.7%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에 매각해 6112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것이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무산으로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주춤해졌지만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연기가 있었지만 시간이 늦어졌을 뿐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의 모듈·AS 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후 총수일가가 기아·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각각 존속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존속회사는 존속회사끼리, 사업회사는 사업회사끼리 합병해 ‘총수일가→현대차·현대모비스 존속회사→현대차·현대모비스 사업회사’로 재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외에 정 회장 일가가 직접 계열사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있지만 수 조원의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을 마냥 미루긴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와 제약조건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없으므로 차선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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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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