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4일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지만 앞으로 금리인상 릴레이는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말 기준금리가 1.75~2%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관련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은의 예상과 큰 차이가 없다고 봤다. 최근 2년동안 지속된 저금리 시대를 틈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25% 동결했다.


금융권의 관심은 올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다가오는 4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쏠린다. 한은은 올 4~5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가상승 압력 받는 한은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4개월 연속 3%대를 지속함에 따라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한은은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한은은 물가 안정 목표치를 2%로 잡고 있다. 하지만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를 살펴보면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 ▲8월 2.6% ▲ 9월 2.5%로 6개월 연속 2%대를 보이다가 ▲10월 3.2% ▲11월 3.8% ▲12월 3.7% ▲올 1월 3.6%까지 4개월동안 3%대를 이어갔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선포는 물가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국제유가는 7년만에 배럴당 100달러에 돌파했는데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24일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적 무력충돌이나 제재가 이뤄진다면 물가에는 상방, 성장에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올해 3.1%, 내년 2%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경제전망과 비교해 각각 1.1%포인트, 0.3%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美 금리 인상 예의주시하는 한은

물가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다음달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를 최소 네차례 올려야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말했다. 데일리 총재는 연준 내부에서도 비둘기(통화정책 완화)파에 속하는데 이같은 발언은 미국에서도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물론,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한은의 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한은도 외국인 투자자 이탈 우려로 이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주열 총재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앞으로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올려 1.5%가 되는 것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며 "성장 흐름이 한은의 예상대로 가고 물가 오름세도 높다면 지속적으로 완화정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원 다수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장이 기준금리를 예상할 때 올해 성장세와 물가 전망,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한은의 예상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두세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해 올 연말 기준금리가 1.75~2%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영끌·빚투족 이자부담 눈덩이

이에 따라 영끌족과 빚투족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전세대출 최고금리는 각각 6%, 5%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등 4대 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금리는 24일 기준 3.9~5.79%로 지난해 말(3.6∼4.978%)과 비교해 약 두달만에 최고금리가 0.812%포인트 급등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2~3%였던 전세대출 금리는 24일 3.39~4.829%로 치솟았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3.489~4.76%로 조만간 5%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부담은 3조2000억원 늘어난다. 차주 한명당 연평균 이자부담이 16만1000원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세가 거세고 생산자물가도 높게 나와 유동성 회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