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려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돼서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와중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연준은 당장 다음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로 인해 경기침체 속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러·우크라 무력 충돌에 고심 커진 美 연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다음달 15~16일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은 현재 극심한 물가 상승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올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5%로 1982년 이후 40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로 오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0%대에 달할 수 있다고 미국 CNN비즈니스는 보도했다.

이처럼 하늘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는 시점이지만 그렇다고 빠르게 통화긴축에 나서기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올 1월 FOMC 정례회의 때만 해도 대부분의 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이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으면 예상보다 더 빠르게 통화정책 완화를 제거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연준 위원들은 오일쇼크까지 감안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앞서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제 4차 중동전쟁에 따라 1973년~1974년 1차 오일쇼크로 인해 주요국들은 두자릿수 물가 상승과 마이너스 성장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1974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1%에 달한 반면 경제성장률은 -0.5%였다.


이어 1979~1981년 2차 오일쇼크을 거친 이후 연준은 1981년 기준금리를 무려 21.5%까지 높인 후에야 물가를 잡을 수 있었다.

스태그플레이션, 41년만에 오나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41년만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주요 산유국인만큼 이번 전쟁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유가가 급등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연준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지속되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가격 폭등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 국제유가는 최근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2014년 이후 약 8년만에 최고치다.


1970년대 지정학적 충돌 사태가 올해 다시 한번 재연돼 오일쇼크가 미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을 살펴봐야 한다. 이에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은 CNBC를 통해 "이번 사태로 연준의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완전히 제거됐다"며 "그동안 거론됐던 8~9번의 금리 인상도 테이블에서 치워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준 위원들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하기 시작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는 이번 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중기적 경제전망에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미치는 영향은 금리인상의 적절한 속도를 결정하는 데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열린 임기 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물가 상승세가 거세지만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것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환산세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준이 다음달 0.5%포인트 올릴 빅스텝 가능성도 있었지만 정세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회복세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