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별세했다. /사진=뉴스1
한국 게임산업을 일으킨 주역이자 게임 불모지였던 한국을 온라인게임의 성지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넥슨 창업주 김정주의 죽음에 업계는 그의 업적을 기리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카이스트 전산학과 석사 과정에 들어갔다. 당시 그는 카이스트 기숙사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같은 방을 썼다. 옆 방에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김상범 넥슨 전 최고창조책임자(CCO)가 있었다. 

김 창업자와 송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에 카이스트 대학원까지 인연을 이어온 '벗'이다. 김 창업자는 박사과정 중인 1994년 12월, 스물여섯의 나이로 서울 역삼동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송재경 대표와 넥슨을 공동 창업했다. 대학원 공부 중 틈틈이 게임을 만들다가 공부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게임회사를 차렸다. 송 대표가 '바람의 나라' 개발에 매진하고 김 창업자는 투자 자금조달과 경영에 매진했다. 

창업의 길은 쉽지 않았다. 국내에선 온라인 게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초기 자금 확보부터 어려웠다.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IBM으로부터 6000만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후 본격적인 게임 개발에 착수, 결국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탄생시켰다.

바람의 나라의 역사적인 성공 이후 송 대표는 넥슨을 떠났지만 김정주는 이후에도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게임개발사를 인수했다. 그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서든어택' 등의 히트작을 연이어 선보였다. 이것이 넥슨을 국내 게임업계 1위 업체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 시장에서 '던전앤파이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등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였다.

그의 관심사는 게임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한번 몰입하면 끝을 볼 만큼 열정적인 성격이었던 만큼 항상 한국 게임의 미래 구상에 몰두해왔다. 김정주는 2005년 넥슨 대표를 맡았지만 1년 만에 사임했다. 이후 지주사인 엔엑스씨(NXC) 대표를 16년 동안 맡아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스탬프와 한국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 등을 인수했고 스타트업 투자 문화도 선도했다.

2019년 회사 매각 시도가 무산된 뒤부터는 지식재산권(IP) 확장에 집중해왔다. 지난 1월에는 영화 '어벤져스'로 유명한 루소 형제의 AGBO 스튜디오에 4억달러(4800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김정주는 "오래전부터 디즈니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혀왔다.

그는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3년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PC)박물관인 '넥슨컴퓨터박물관'을 개관했다. 같은 해 국내 최초의 아동 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지원했다. 2018년부턴 넥슨재단을 설립한 이후 국내 최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과 첫 독립형 어린이 완화 의료센터, 경남권 어린이재활병원 등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