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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 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민음사/ 1만3000원
돌봄 노동을 감내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을 담아낸 소설집이다. 청소년, 노년, 전업주부, 감정 노동 종사자 등 각계각층의 시선으로 돌봄의 현실과 마음을 펼쳐 보인다. 특히 한 인물의 시점으로 여러 타인의 입장과 마음을 동시에 바라보고, 그 사이에서 형성되는 미묘한 권력 관계를 드러내는 작가의 장점이 이 소설집에서 빛을 발한다.
"영석과 나는 열흘 차이로 태어났지만 할머니는 영석의 태몽만 꿨다. 꿈에서 앞마당에 나갔는데 나무에서 알이 굵은 대추가 우수수 떨어져 치마폭을 벌려 대추를 한가득 받았다고, 그게 영석의 태몽이라고 했다. 내 태몽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할머니를 붙들고 떼를 쓰듯 물어본 적이 있다. 할머니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대추는 아들이다. 이건 석이가 나중에 큰 인물 된다는 꿈이야.'"(단편 대추 중)
"아기는 또 엄마 젖을 제대로 물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맞은편에 앉은 산모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눈인사를 했다. 새벽 3시에 눈썹이 반쯤 날아간 채 기미와 다크서클이 얼굴에 가득한 여자 둘이 가슴을 드러내 놓고 마주 앉아 있는 이곳이 천국일 리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조리원 천국 중)
◇ 코스트 베니핏/ 조영주, 김의경, 이진, 주원규, 정명섭 지음/ 해냄출판사/ 1만5800원
가성비는 '가격대비성능'의 준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말은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어 강력한 잣대가 되곤 한다. 가성비가 우리 삶에 적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조영주, 김의경, 이진, 주원규, 정명섭 등 소설가 5명이 단편소설에 상상력을 펼쳤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하루 종일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다시는 벗지 못할 하이힐이다. 다시는 벗지 못할 높은 하이힐을 신고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늘 위태위태할 수밖에 없는 게 삶이라면, 버스의 봉처럼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조영주의 '절친대행' 중)
"혼수 장만은 기본적으로 쇼핑이되, 좀처럼 만져볼 일 없는 목돈을 짧은 기간 정당하게 펑펑 써도 되는 초대형 쇼핑이었다. 빈집에 물성을 지닌 것들을 차곡차곡 채워 넣는 쾌감, 둘이 함께 살 집에 신접살림을 장만하는 달콤함은 인생에서 한 번뿐인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진의 '빈집 채우기')
◇ 금색/ 미시마 유키오 지음/ 정수윤 옮김/ 큐큐(QQ)/ 1만8000원
탐미주의 문학으로 이름을 떨친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금색'이 번역출간됐다. 2차대전 이후 일본의 동성애자들의 커뮤니티를 담아낸 이 장편소설은 1951년 1월부터 10월까지 문예지 '군조'에 1부가 연재된 것을 시작으로, 1952년부터 53년 8월까지 문예지 '문학계'에 2부가 연재됐다. 이후 1부와 2부를 합쳐 1964년 신초샤에서 완결판이 출간됐다.
"대도시는 항상 어디선가 불이 나. 그리고 늘 어딘가에 죄악이 있지. 죄악을 불로 태워 없애길 포기한 신이 죄악과 불을 동등하게 분배한 게 아닐까. 덕분에 죄는 결코 불에 타지 않고, 무고함은 불에 탈지도 모른다는 개연성을 얻게 됐다."(144쪽)
"정욕이 채워지고 서로 단순한 동성이라는 개체로 돌아가는 고독한 상태, 그 상태를 만들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정욕은 아닐까. 이 종족들은 남자이기 때문에 서로 사랑한다, 라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잔혹하게도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비로소 남자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기 이전 이 사람들의 의식에는 무언가 대단히 애매한 것이 있다."(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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