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어린이집 원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영상 저장장치를 훼손한 것은 영유아보육법이 정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울산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씨는 2017년 11월 원생 부모가 "담임교사가 아이를 방치한 것 같으니 CCTV 녹화내용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CCTV 영상정보가 기록된 저장장치를 은닉해 영상정보가 훼손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영유아보육법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판단을 달리했다.


1심은 A씨가 CCTV 영상이 녹화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은 것과 영상정보를 60일 동안 보관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영유아보육법상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봤다. 영유아보육법은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어린이집 운영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처럼 어린이집 운영자가 스스로 영상정보를 훼손하거나 분실한 경우에는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2 제3항은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가 설치한 CCTV의 영상정보 분실·훼손 등을 막기 위한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54조 제3항은 위 조항에 따른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영상정보를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2심 재판부는 영유아보육법 54조 제3항에 언급된 '훼손당한 자'는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은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타당하다"고 봤다.

'훼손당하는'의 주체는 영상정보고 어린이집 운영자가 저장장치를 임의의 장소에 보관하거나 버리는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영상정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지 못한(않은) 경우를 '훼손당하는'이라고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어린이집 운영자가 저장장치를 버리거나 파기하는 행위는 고시에 규정된 저장장치를 구획된 장소에 보관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는 것에 해당한다"며 "그 위반의 결과 영상정보는 훼손을 당하는 것이므로 '훼손당한'이라는 표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어린이집 운영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해 영상정보가 훼손됐다면 처벌할 수 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과 2심의 결론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영상정보를 삭제·은닉 등의 방법으로 직접 훼손하는 행위를 한 자는 영유아보육법의 처벌대상이 아니고 행위자가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라 해도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당한 자'라는 문언은 타인이 어떤 행위를 해서 그로부터 위해 등을 입는 것을 뜻한다"며 "스스로 어떠한 행위를 한 자를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상정보를 직접 훼손한 어린이집 운영자가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처벌되는 이는 결과적으로 원장, 보육교사, 영유아의 사생활을 노출시키지 않을 의무를 위반한 자를 가리킨다"며 "여기에 스스로 영상정보를 훼손한 자까지 포함한다고 보는 것은 규정 체계나 취지에 비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 판결에는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이 정한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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