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착한 기업이 성공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ESG의 기본 원칙을 지키고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1년 사이 글로벌 평가 지표가 정립되면서 ESG시대는 현실화됐다. 제도적 틀이 갖춰짐에 따라 ESG시대에 본격 들어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ESG 관련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세계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은 글로벌 ESG 투자자산 규모가 2020년 35조달러에서 2030년 13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ESG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이슈는 기후변화다. 탄소 중립이 글로벌 화두가 되면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이에 대한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1년 파리기후협약 발효에 따라 신(新)기후체제가 본격 시작되면서 전 세계 각국은 환경 관련 규제 이행에 대한 압박이 현실화됐다. 

ESG를 선도하는 유럽에서 2020년 녹색 분류체계가 마련된 데 이어 지난해 지속가능금융(SEDR) 공시규제가 마련된 것이다. 


ESG 펀드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국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0년 말 1조6522억달러였던 전 세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규모는 지난해 2조7443억달러로 1년 새 66.1%(1조921억달러)가 늘어났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으로 시장이 폭락했던 2020년 1분기 말에 비해선 227.7% 늘어난 것이다. 


2021년 4분기 ESG 펀드의 순유입액은 1420억달러로 12% 증가한 반면 전체 펀드의 순유입액은 6% 감소했다. 2021년 말 ESG 펀드 수는 총 5932개로 2020년 말보다 1779개 늘었다. 

이 같은 책임투자 펀드가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유럽으로 전체 펀드 순자산 중 81.3%가 유럽 펀드였다.

이어 미국이 13.0%를 차지했고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기타 지역은 5.7%로 아직 적지만 2020년 1분기 말에 비해선 357% 급증하는 등 성장세가 가장 빠르다.  

수익률도 괄목할 만하다. 전 세계 ESG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ESG ETF(상장지수펀드)인 아이셰어즈 ESG 어워드 MSCI USA ETF(ESGU)는 지난해 말 기준 3년 수익률이 105%를 기록했다. 국내 ESG펀드 순자산은 약 8조원 규모로 올들어서도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ESG 투자 금액이 증가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ESG가 미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란 분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COP26에 환경·사회 관심이 크게 늘었고 유럽을 비롯해 한국·미국·중국 등 각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펼쳤다”며 “책임투자 펀드가 여타 펀드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란 인식도 유입세가 지속된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도 ESG 투자 규모 확대… 4년새 242%↑


국내에서도 ESG에 대한 투자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정) 의원이 발간한 ‘한국 ESG 금융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집계된 ESG 금융 규모는 53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대비 242% 성장한 규모다. ESG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가 확충되면서 시장 성숙도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표적인 제도화는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택소노미)다. K-택소노미란 특정 기술이나 산업활동이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에 포함되는지 분류하는 지침이다. 

금융위원회가 ESG 책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3월 내놓은 환경 및 사회 요인 관련 정보를 포함,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자율 공시도 ESG 제도화의 한 축이다. 

금융당국은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반드시 공시하도록 했다.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야 한다. ESG 경영 점수가 낮으면 수출이 막히는 것은 물론이고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 

아직 특정 채권이 ESG 채권으로 인정받기 위해 충족해야 할 법률, 감독규정 등은 정립돼 있지 않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국제기후채권(CBI)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의 녹색 채권 벤치마크 지수 편입 기준 등 여러 민간 자율 원칙 중 하나를 선택해 해당 원칙에서 정하는 요건을 준수하는 경우 ESG 채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발행된 ESG 채권은 2013년 수출입은행의 녹색 채권 KP다. 

이후 2018년 KDB산업은행이 최초로 원화 녹색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채권 발행잔액(2269조원) 중 ESG 채권 발행 잔액(169조원)은 7.4%다. 

ESG 채권 발행 규모는 2018년 1조3000억원 규모였지만 2019년 29조원, 2020년 63조원 등으로 성장했다. 제도적 유인책의 부족과 금리 장점이 미미하다는 점은 ESG 채권 발행의 성장 장애물이다. 

SRI 채권으로 분류되기 위해선 기존 채권 발행 절차에 사회적 책임투자채권 발행 체계 결정, 수립, 외부검토 업무를 통한 평가보고서 발급 등 추가되는 절차가 있다. 
./그래픽=이미지투데이

제도 정비와 함께 ESG 안착 속도도 빨라질 것 


ESG 실현에 대한 제도 정비가 이뤄지고 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가 높아지면서 ESG가 기업들에 안착하는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 규제 당국과 표준 기관들이 강력한 ESG 관련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대기업들 역시 ESG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대기업 온실가스 배출 보고 범위가 공급망 전체인 Scope3(원재료의 생산, 제품 사용 및 폐기 과정 등 공급처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확대되면서 대기업 협력업체에도 탄소배출 감축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부터는 국내 금융사들도 환경부문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사들이 그동안 소매금융에만 치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항만 개발, ESG 관련 인프라 투자 등 ESG 경영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기관의 역할과 책임도 커졌다. ESG 채권을 발행하거나 관련 투자처 발굴 등에 있어 능동적이고 직접적인 감시자로서 금융회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졌다. 

그동안 ESG 관련 정보 부족과 제도 미비로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웠다. ESG 관련 시장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다. 

이에 정부와 금융기관에서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ESG 정보플랫폼’을 구축하고 K-택소노미를 공표하는 등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지표와 제도 마련에 힘써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ESG경영이 중요해진 현 시점에선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ESG경영에 뒤처진 기업은 대출에 불이익을 받고 기업가치와 신용도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