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직원이 5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가운데 실제 횡령금은 이보다 더 많은 600억원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전경./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직원이 5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가운데 실제 횡령금은 이보다 더 많은 600억원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직원은 6년에 걸쳐 60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리는 동안 금융감독원의 감시 시스템과 우리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융권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28일 은행권과 경찰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최근까지 기업개선부에서 일해온 차장급 직원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에 걸쳐 회삿돈 600억원 가량을 횡령했다.

이날 오전 횡령 규모는 500억원대로 알려졌지만 실제 횡령 자금은 매각금 578억원에 이자까지 합해 6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금감원은 이날 오전 검사 인력을 편성하고 오후부터 서울 중구에 소재한 우리은행 본점에 검사역들을 보내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횡령사건은 우리은행 내부감사 결과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앞서 우리은행 측은 지난 27일 오후 6시경 A씨에 대해 즉시 고발조치를 취했는데 A씨는 전날 오후 10시30분께 경찰에 자진 출석해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오는 29일 오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씨가 빼돌린 자금은 2010년 11월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이 우리은행에 낸 계약금이다. 우리은행은 대우일렉 매각 당시 채권단 간사은행으로서 M&A(인수합병)을 주관했다.

A씨는 매각자금 일부를 우리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의 계좌에 유치하는 동시에 해당 통장과 도장을 모두 관리하면서 회삿돈을 횡령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A씨가 횡령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와 함께 A씨의 친동생인 B씨의 공모 여부도 수사 중이다. B씨는 28일 오전 2시께 경찰서를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B씨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우리은행 직원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횡령한 회삿돈을 모두 사용해 현재 한 푼도 남아있지 않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법인·금감원 대규모 횡령 일어나는 동안 뭐했나

신뢰를 생명으로 고객의 자금을 관리하는 시중은행에서 대규모 횡령이 발생했다는 점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권에선 6년동안 개인계좌로 600억원 이상을 빼돌린 직원을 방치한 회계법인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부정이나 회계 오류를 면밀히 잡아내야 할 회계법인이 면밀히 살펴보기만 했어도 횡령사 건을 조기에 포착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12월까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은 딜로이트안진이다. 우리금융이 2019년 1월 지주사 체제로 출범한 이후에는 삼일회계법인이 담당했다.

금융감독원의 책임론도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말부터 올 2월까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벌였는데 당시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냐는 의문이 나온다. 종합검사 당시 이번 횡령 사실을 잡아내야 하지 않았냐는 비난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종합검사 등이 진행됐는 데도 6년동안 600억원대 횡령이 드러나지 않은 점은 이상하다"며 "다른 이의 공범 여부 등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18년 마지막 인출된 이후 계좌가 해지됐다"며 "2012년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등 당시 정황과 이후 관리상황 등 세부적인 내용은 자체 조사와 함께 수사기관의 수사를 의뢰한 상태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