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노조가 쏘아 올린 작은 공… IT 업계 지각변동 이어질까
[머니S리포트- IT업계 신화 무너지나…노동 이슈 수면 위로] ① 임원진에 치중된 성과급 체계… "성장의 과실 나눠야"
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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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가 수면 위로 떠오른 노사 이슈로 시끄럽다. 깜깜이 연봉협상에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결의한 웹젠 노조부터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전환배치' 문제까지 바람 잘 날이 없다. 국내 IT 산업은 2000년대 초부터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지만 노동환경은 척박하다. 수평적 기업문화와 높은 연봉 이미지로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회사들의 이면에는 과중한 업무와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① 웹젠 노조가 쏘아 올린 작은 공…IT 업계 지각변동 이어질까
② 선망하는 IT 개발자?…현실은
③ 고용 불안 야기하는 '전환배치'
게임 '뮤 오리진' 개발사인 웹젠 노동조합이 지난 4월 18일 파업을 언급하면서 정보통신(IT) 업계 노동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고연봉으로 호의호식하는 줄 알았던 업계의 실상이 폭로되면서 처우 개선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노조의 목소리가 사회의 경종을 울리는 가운데 무작정 연봉을 올리기보다 세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 임원진 집중 성과급 '성토'
웹젠 노동조합(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웹젠지회)은 지난 4월 1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웹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웹젠 노조는 이날 "웹젠 노동자의 요구는 단순하다"며 "정당한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넷마블 연봉 1억 엔씨소프트 연봉이 1억이라는 기사를 숱하게 봤지만 실제로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그렇다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웹젠 역시 다르지 않다. (공시에 따른) 웹젠 연봉은 7000만원 수준이지만 실제 평균 연봉은 50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갈등의 배경은 일방통보식 연봉협상과 임원진에게 집중된 성과급 시스템이 꼽힌다. 지난해 웹젠은 임직원 연봉 평균 '2000만원' 인상안을 발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평균 인상액은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일반 직원은 100만원 단위의 인상에 그쳤고 대부분의 과실은 고위직 성과급에 집중돼 있다.
웹젠 노조는 지난해 12월 22일 진행된 임금교섭에서 일괄적으로 1000만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평균 10%(470~500만원 추정) 인상과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을 내세워 지난달 초 교섭이 결렬됐다. 노조는 지난 3월 15일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쳐 평균 16% 연봉 인상과 일시금 200만원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평균 10% 인상과 평가 B등급 이상 직원은 200만원 지급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웹젠 노조 파업 이뤄지나… 업계에 미칠 여파는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다음달 2일 파업을 감행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만약 웹젠 파업이 현실화되면 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지가 관심사다. 소수 임원들에게 편중된 성과급 시스템은 웹젠을 포함한 IT 업계 전반에 걸쳐 있는 급여 체계여서다. 지난 4월 12일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업계 노조가 만나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IT업계는 노동자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일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의 노조가 2018년 4월에나 세워졌다. 이어 1년 뒤인 2019년 2월 '공동성명' 쟁의를 통해 IT업계 내 첫 단체 행동을 감행했다. 웹젠 노조가 향후 공식 파업에 돌입하면 국내 게임산업 역사상 최초 파업이다. 웹젠 노조의 향후 움직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하지만 국회가 중재에 나서면서 파업은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웹젠 노조는 일단 경영진과 다시 재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평균급여는 높게 보이지만 일부 임원의 급여를 제외하면 일반 직원들이 가져가는 몫은 회사의 실적과 괴리가 있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급여가 1억7200만원으로 공시됐지만 스톡옵션 행사차익을 제외하면 8900만원으로 반토막이다. 등기이사 평균보수의 30분의 1 수준이다. 네이버 역시 미등기 임원 119명의 평균급여가 4억원대로 일반 직원의 3배가 넘는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평균 연봉이 4억원에 달하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미등기 임원 9명을 제외한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억6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몇 년 전엔 상상도 못해… 깜깜이 연봉현상 사라지나
웹젠 노조의 호소는 IT 업계 근로자들에게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IT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개발자 A씨는 "엄청난 업무 강도에 비해 연봉은 늘 낮다고 생각했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처우 개선이 가능해질 것 같아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근무 중인 개발자 B씨 역시 "노조 설립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라며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가 업계에 진입하면서 개혁적인 사고가 가능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과 맞물려 회사들도 처우 개선에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 개발자를 대우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번 파업을 통해 질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IT산업 내 노사관계가 점차 수평적으로 조정되면서 노동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국내 IT산업은 그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성장에만 치중해 노동자 권리에 대해선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노동의식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급한 해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임금만 인상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면서 "성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전했다. 이어 "성급하게 연봉 인상에 나서면 또 다른 분쟁이 야기돼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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