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 1분기 양사의 순이익 격차는 180억원에 그치며 치열한 3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순이익 격차 불과 180억… 함영주vs손태승 '물러설 수 없는 승부'
② '꼴찌들의 반란' 우리·하나카드 "신사업으로 반격"
③ 떡잎 키우는 우리·하나금융, 스타트업 발굴 혈안

신한금융과 KB금융그룹이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치열한 박빙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그룹의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 1분기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 실적은 부진한 증시 흐름 속에 증권 계열사가 그룹 전체 순이익을 갉아먹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으로선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올 1분기 하나금융의 뒤를 바짝 쫓았다. 다만 하나금융은 증권사의 실적 부진을 은행이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호실적의 이면엔 '은행의 이자이익 폭증'이 자리한다. 이는 모든 금융그룹이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이자이익 성장세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대내외 경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수익구조를 갖추려면 비은행 부문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3위 놓고 하나·우리 불꽃경쟁

그동안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비은행 부문을 꾸준히 강화하며 3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여왔다.


2019년 1분기 우리금융은 5686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하나금융(5560억원)과 126억원의 차이를 벌여 3위 자리에 올랐지만 이후 줄곧 하나금융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2분기에는 하나금융(6570억원)이 우리금융(1420억원)보다 5470억원의 격차까지 벌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 1분기 우리금융은 하나금융과 순이익 차이를 180억원으로 좁히며 3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올 1분기 우리금융의 맹추격이 가능했던 건 은행 순이익 급증과 함께 국내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증권사가 유일하게 없는 점이 오히려 순이익 방어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올 1분기 하나은행을 제치고 은행권 순이익 3위에 올랐다. 하나금융의 경우 1분기 특별퇴직비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등이 있었던 데다 하나금융투자 순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그동안 은행 계열사만 봐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빅3' 자리에 오르기 위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해왔다. 하나은행은 2019년 3분기 75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은행권 1위에 올랐지만 1분기만에 3위 자리로 내려와 줄곧 빅3 자리를 지켰다. 이후 지난해 1분기 우리은행이 589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139억원의 차이로 하나은행은 4위로 내려앉아야 했다.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을 추월한 것은 2019년 2분기 이후 7분기만이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3분기까지 우위에 있다가 4분기 하나은행이 우리은행보다 1.6배 더 많은 순이익을 올려 우리은행은 4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올 1분기 우리은행이 하나은행보다 944억원 앞서며 3위를 재탈환했다.

이같은 우리은행의 약진에도 하나금융이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배경에는 그룹 전체 순이익 가운데 비은행 비중이 우리금융과 비교해 월등히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9년까지만 해도 그룹의 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나금융이 24%, 우리금융이 10.3%로 13.7%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20년 하나금융은 34.3%로 전년대비 10.3%포인트 치솟으면서 우리금융(15%)보다 비은행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2020년 양사의 비은행 순이익 비중 격차는 19.3%에 이른다.

올 1분기에는 해당 비중이 하나금융은 34.6%, 우리금융은 19%로 15.6% 줄긴 했지만 신한금융은 41%, KB금융은 36%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증권사 노리는 우리, 비은행 덩치 키우려는 하나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비은행 사업을 강화해 아시아 최고금융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올 3월25일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제시한 3대 전략 중 하나는 '비은행 사업 재편'이다.

함 회장은 "은행과 증권 중심의 양대 성장동력을 완성하고 카드, 캐피탈, 보험을 주력 계력사로 양성할 것"이라며 "비은행 사업 부문 M&A(인수합병)과 그룹 내 관계사간 기업금융 협업 강화를 통해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카드사, 생명손해보험사 증권사까지 이미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했지만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덩치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후승 하나금융 부사장(CFO)은 4월22일 진행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M&A에 목말라있다"까지 표현했다. 그는 M&A를 진행할 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우선순위로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롯데카드와 MG손해보험의 인수를 추진하는 곳으로 하나금융이 거론된다"며 "기존 비은행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M&A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23년 만에 완전민영화를 발판 삼아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을 위해 증권사 M&A를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2018년 12월 취임한 손태승 회장은 2019년 우리금융의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우리자산신탁, 우리자산운용,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F&I 등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손태승 회장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차곡차곡 쌓아왔지만 M&A에 대한 갈증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증권사와 보험사 등 주력 비은행 계열사가 없는 약점을 갖고 있다.

손태승 회장은 보험사보다 증권사 인수를 노리고 있다. 손 회장이 2020년 1월 보험시장 '대어'로 꼽혔던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도 증권사 인수를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올 1분기 증시 부진으로 증권 계열사가 없는 호재를 누렸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우리금융이 증권사를 품는다면 은행 등 계열사와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시너지를 내 그룹 빅3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 부사장은 "증권사와 벤처캐피탈사 인수를 우선순위에 두는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며 "증권사를 인수하면 그룹의 시너지를 가장 많이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