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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은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확대로 앉아서 돈을 벌다보니 제한된 경쟁 속에서 안주하는 우물안 개구리가 돼버렸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시중은행 직원들의 횡령사고가 재발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주요 은행 등 금융사들이 규제라는 울타리 안에서 독과점 체제로 안일한 경영을 지속해 고객 자산 보호라는 책임의식이 실종 된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 '빅5'였던 '조한제상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가 줄줄이 무너지면서 현재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독과점 체제가 20여 년간 구축돼 왔다.
최근 우리은행 차장급 직원이 614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된 가운데 신뢰를 기반으로 고객 돈을 다루는 은행권에선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고 재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국민의힘·비례대표) 의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 가운데 횡령·유용 사고는 86건에 이른다. 2016년 21건 2017년 8건 2018년 16건, 2019년 15건, 2020년 15건, 2011년 11건으로 소폭 등락은 있지만 횡령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사고가 터질때마다 은행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해왔지만 연이은 사고 발생에 이젠 피로감마저 든다는 이들도 있다.
금융사 횡령 사고의 원인으론 '직원 개인의 일탈'과 '시스템의 허점'이 꼽힌다. 전자는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을 꿰뚫고 있는 직원이 허점을 노려 마음 먹고 회삿돈을 빼돌리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시각이다. 후자는 허술한 금융사 내부통제와 관리·감독, 관련 제도 미흡 등의 문제다. 솜방망이 처벌도 횡령사고 재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은행 직원의 책임의식 실종이 주된 원인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은행 직원 조차 다른 기업 직원처럼 책임의식보다 한탕주의 문화가 뿌리 내리면서 횡령사고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은행 직원이 오히려 횡령사고를 낸다는 점에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실제 올 들어 상장사인 오스템임플란트(2215억원), 서울 강동구청(115억원) 등에서 굵직한 횡령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고 대부분 횡령금을 주식과 코인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삿돈을 잠깐 쓰고 이익을 낸 뒤 원금만 되돌려 놓으면 된다는 한탕주의에 젖어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2020년 이후 주식, 코인 열풍에 편승해 큰돈을 벌어들인 파이어족(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을 동경하는 분위기도 은행 횡령사고에 한몫했다. 최근엔 오히려 정년 퇴직을 목표로 오랜 기간 책임의식을 가지고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범생 직원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도 적지 않다.
사회는 각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맞는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을 지키며 이름값을 하고 살 때 제대로 작동한다. 특히 은행 직원들은 고객의 돈과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그 어느 직업군보다 투철한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더 이상 규제 울타리에 만족하지 않고 책임의식을 갖는 은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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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지식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