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국내 바이오 시장 생태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이번엔 다르다"… 바이오에 발담군 대기업들
②몸집 불리자… 인수합병 나선 바이오
③대기업 바이오 진출, 성공일까 무덤일까



'대기업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국내 바이오 시장 생태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삼성, SK, CJ 등이 바이오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가운데 롯데, 현대중공업, GS 등이 가세하면서다.

한때 바이오 사업은 신약개발의 어려움과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대기업들이 진출을 꺼리거나 사업을 접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고령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모습이다.

바이오에서 발 뺀 한화· CJ·아모레, 이번엔?

그동안 바이오에 뛰어든 한화, CJ, 아모레퍼시픽, 롯데 등 일부 대기업은 고배를 마셨다.


2006년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에 착수한 한화그룹은 2010년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공장을 오송에 설립했다. 첫번째 바이오시밀러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화이자의 관절염치료제인 엠브렐을 선택하고 복제약인 다빅트렐의 개발에 성공했다. 2014년 11월 다빅트렐의 국내 판매허가를 받았으며 미국 MSD와 글로벌 판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연장되면서 상용화 시기가 늦춰졌고 결국 2015년 오송공장을 매각하면서 사실상 바이오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올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하며 바이오 사업에 재도전하고 있는 CJ그룹도 과거 한 차례 중도하차한 전력이 있다. CJ제일제당은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해 제약바이오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6년 한일약품 인수하고 2014년 CJ헬스케어로 제약바이오 부문을 물적 분할하면서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그러다가 2018년 100% 자회사였던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을 한국콜마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제약바이오 사업을 '비주력 사업'으로 판단한 것이다. HK이노엔은 매각 후 4년 만에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3년 태평양제약을 한독에 매각하면서 바이오에서 발을 뺐다. 당시 정부의 일괄약가인하 정책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메디컬뷰티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1982년 태평양화학 의약품사업부에서 분사한 태평양제약은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을 개발한 회사다.

최근 재도전을 선언한 롯데그룹도 롯데제과를 통해 2002년 아이와이피엔에프를 인수하며 롯데제약을 출범했지만 높은 진입장벽에 한계를 느껴 진출 10년 만인 2011년 사업을 정리했다.
국내 대기업 바이오 사업 철수 사례./그래픽=이강준 기자


무기는 자금력, 기존 기업과 선순환 기대

다시 바이오 산업에 뛰어든 대기업을 두고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산업의 특성상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고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의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약 1조원의 비용과 10년에서 최대 1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확보가 최우선인 대기업 입장에서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이유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SK, LG 등 대기업들이 바이오 사업에서 성공사례를 보여줬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재도전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1조5680억원과 영업이익 5373억원에 이익률은 34.2%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SK도 신약(SK바이오팜)과 백신(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가 성공 사례를 보여주면서 다른 대기업들이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지난 몇년간 K-바이오 브랜드가 구축된 만큼 대기업의 바이오 산업 진출에 영향을 줬고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이 빠른 기술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이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과감하게 나서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빠른 성과를 위해서 기술이전이나 인수합병(M&A)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면서 "대기업들은 바이오벤처나 기존 바이오 기업들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시장에 빠르게 자리잡고 기존 기업들은 그 수익으로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