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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를 우려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 조치를 시행해 왔지만 향후 이를 하나둘씩 거둬들이면 기업부실이 한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크게 늘어난데다 부도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만큼 기업 채무조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기업 채무조정 제도 개선에 관한 글로벌 논의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금융·경제 충격에도 각국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한 유동성 공급 확대 등에 힘입어 기업의 대량 도산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도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2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금융위기 시와는 달리 기업의 파산이 증가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코로나19에 대응한 금융 지원 조치가 정상화될 경우 기업의 부실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각국의 도산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과다부채 기업 및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이 증가한 점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취약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드러나면서 부도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20년 국내 한계기업 비중은 18.9%로 OECD 평균(13.4%)보다 5.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채무조정의 방식과 절차는 4가지로 구분된다. 법원이 채무조정을 전담하는 회생절차, 당사자 간 합의에 기초한 채무조정계획안을 법원이 인가하고 구속력을 부여함으로써 신속하게 회생을 진행하는 혼합형 워크아웃, 법원의 관여 없이 관련 법규나 행정당국 등 제3자의 중재로 채무조정이 이뤄지는 강화된 워크아웃, 채무자와 채권단의 합의에 의한 자율협약 등이다.
한국은 채권단 자율협약 외에 기촉법상 워크아웃, 혼합형 워크아웃 등 기업의 채무조정제도를 주요국에 비해 비교적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정혜리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IT리스크총괄팀 과장(전 금융안정국 금융규제팀 과장)은 "한국의 채무조정제도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자본시장을 활용한 기업 채무조정의 활성화, 도산실무가 제도의 마련, 중소기업 맞춤형 법원외 채무조정 확대 등의 수단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우선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채무조정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채권은행은 채무조정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으므로 사모펀드를 통해 채권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기업을 매입해 채무조정, 신규자금 투입, 사업구조조정 등 기업채무조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율협약에 의한 채무조정이나 기촉법상의 워크아웃은 채권자 주도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법원 외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제3자 역할을 하는 도산실무가의 육성과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사업의 성장보다 원리금 보전에 관심이 있는 채권자는 채무자 기업과 다른 방향으로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채무자와 채권자의 입장을 공정하게 고려할 수 있는 제3자가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생각이다.
중소기업 맞춤형 법원외 채무조정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회생절차를 이용할 경우 비용과 시간 면에서 진입장벽이 높아 파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보완할 법원외 채무조정 절차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정 과장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최소화를 위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채무자 기업에 대한 보다 실질적이고 정교한 신용평가를 통해 종래 재무상태가 건실한 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곳인지, 가까운 장래에 수익 창출이 예상되는지, 조정된 채무를 성실히 상환하는지 등을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규제 당국은 이와 같은 채권자 은행의 역할 수행에 대해 보다 강화된 모니터링을 하고 성실히 수행하는 경우 일정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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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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