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대상 458개 품목 중 93개 품목의 가격 상승률이 1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스1


주부 김경자(가명)씨는 최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채소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저녁 된장찌개에 넣으려는 감자와 시금치의 가격이 예전보다 20% 이상씩 올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시금치가 한단에 6000원으로 올라 미친 물가라는 말을 실감했다"며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물가에 집밥을 해먹기 힘들어졌다. 정부가 생활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물가에 금리, 환율까지 3고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유일한 버팀목이 되던 경상수지는 올해 4월 들어 2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재정 수지 모두 적자가 나는 '쌍둥이 적자'에 대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회복세 약화… 하방 위험 커졌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물가 상승률은 5.4%으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2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이던 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석 달 만에 5%대 중반까지 뛰어올랐다. 6월과 7월에는 6%대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은 0.6%에 그쳤다. 민간소비와 설비·건설투자가 모두 뒷걸음질 친 가운데 수출만 증가했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등 거시건전성 지표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4월 경상수지는 8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흑자 기조를 이어가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24개월 만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국 경제에 대해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는 모습"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그동안 불확실성 확대, 하방 위험 확대를 언급한 것보다 더 어두운 표현을 쓴 것이다.


허진욱 KDI 전망총괄은 "연말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대외 요인의 크고 작은 영향이 갈 것으로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며 "공급망 차질이 기업 생산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차차 정상화되겠으나 장기화하거나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1300원 돌파 '초읽기'… 한미 금리역전도 경계

물가 우려는 외환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연고점인 1291.5원을 뚫었다. 환율이 1290원선에 오른 것은 지난달 13일 이후 한 달 여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초기였던 당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96원(2020년 3월 19일)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2009년 7월14일(1293.0원) 수준까지 올라선 바 있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 2009년 7월 이후 10년 10개월 만이다.

외환당국도 구두개입에 나서긴 했지만 원화 약세를 막기에는 부족한 모양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 때 1288.90원까지 치솟으며 1290원선에 육박하자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오는 16일 발표되는 미국 6월 FOMC 결과에 맞춰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필요 시 관계기관 공조 하에 즉시 시장안정조치를 가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은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 지난 1994년 이후 처음 빅스템에 나서게 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300원 터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연준의 긴축 기대가 더 이상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생기는 국면이 환율 안정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금융채) 금리는 10년만에 최고점를 찍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상품(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959%(민평 평균)로 올랐다. 2012년 4월 10일(3.96%) 이후 10년 2개월만에 최고점이다.

이날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오르면 대출금리는 상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고정형 대출 금리가 최대 6~7%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며 "신용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등 가계대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