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으로 출근하던 도중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을 반대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가로막혀 있다./사진=뉴시스


"본점 이전과 관련해서 직원 여러분들과의 대화 채널을 항상 열어 놓을 것을 약속한다"-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강 회장의 발언이 실망스럽다. 출근길 투쟁을 이어간다"-조윤승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윤석열 정부의 첫 KDB산업은행 사령탑으로 임명된 강석훈 회장이 열흘째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투쟁 수위를 높이며 강 회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어서다.

강 회장은 취임식조차 가지지 못한 채 당정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외부활동을 소화하고 있다. 노조는 강 회장이 재출근 시도가 불발된 상황에 당정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어 '낙하산 인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부일정 소화하는 강 회장, 민주당 "지방이전 법안 발의"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강 회장과 정부를 상대로 본점의 부산이전 강행에 대한 반대입장을 촉구하는 행사를 연다. 행사에는 산은 노조원 6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지난 7일 금융위원장의 제청, 대통령 재가를 통해 신임 회장으로 임명됐지만 지방이전을 노조에 출근길이 진입에 실패했다.

지난 16일 오전 강 회장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스타트업 박람회 '넥스트라이즈(NextRise) 2022'에 모습을 드러냈고 VIP티타임 참석을 위해 자리를 떴다. 티타임에는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회장인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넥스트라이즈 개회식이 끝나자 강 회장은 윤 위원장, 김 부위원장과 행사장 곳곳을 둘러봤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차린 부스 앞에서는 다같이 막걸리를 시음하면서 목을 축이기도 했다. 이날 강 회장은 노조와의 상설협의체 설치 등 본점 이전 문제로 촉발된 내홍을 수습할 해법을 묻는 질문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강 회장과 노조와의 갈등이 길어지는 가운데 국회 여야는 대통령의 대선 공략인 산은의 지방 이전 관련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민주당 내 이해관계가 엇갈렸으나 국민의힘 의원까지 참여해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모든 국책은행이 전국 각지에 내려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국산업은행법·한국은행법·한국수출입은행법·중소기업은행법 등 총 4개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해당 은행 본점(주 사무소)을 서울에 두도록 한정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여당에 이어 야당까지 산은의 지방이전에 손을 들어 줬으나 노동계 표심을 일방적으로 외면하고 추진하기에는 부담인 상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종 결정은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구체적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구조조정 현안 산적… 갈 길 먼 대우조선해양

강 회장과 노조의 갈등이 길어질 수록 산은의 현안인 쌍용자동차 매각과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 마련 등은 안갯속이다.

쌍용차는 KG컨소시엄이 인수 예정자로 선정되며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반면 대우조선해양 매각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전임인 이동걸 회장 시절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하려 했지만 유럽연합(EU)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대우조선해양은 방산업과 LNG선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로 매각이 쉽지 않다. 국내에선 대우조선해양 규모의 기업을 인수할 기업도 찾기 어렵다. 노사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이같은 산적한 과제를 추진하는 데에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산 이전이 정부 국정과제라 해도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적극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와 노조 사이에서 절충안을 내는 게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