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3분기부터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사는 무주택자들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한을 80%로 확대한다. 다만 금리 인상기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LTV 우대혜택을 보고 집을 사는 대출자들이 급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사진=뉴스1


#직장인 박명신(가명)씨는 은행 대출 창구에서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다가 궁금증이 생겼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75%,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1.98%인데 자신이 상담받은 대출금리는 6%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평소 경제뉴스와 금융서적을 많이 보는데,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지표금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리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금리인상기에 은행이 가산금리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이자를 가져가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7%를 넘어섰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연 4.33~7.09%로 나타났다. 지난 1월14일 연 5.51%에서 4월말 6.31%로 올랐다가 연 7%로 올라섰다.

은행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인 시장금리에 마진과 대출자의 신용도가 반영된 가산금리를 더한 값이다. 시장금리가 오를 수록 대출금리가 오르는 구조다.


시장금리는 앞으로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다음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 '코픽스' 1.98%… 금리 더오른다

한국은행도 연내 기준금리를 2.5%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선 다음 달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5월 코픽스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98%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3월(1.9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폭도 4월(0.12%포인트)보다 커졌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1.68%로 전월 대비 0.10%포인트 상승했으며 신(新) 잔액기준 코픽스는 1.31%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 올랐다.

코픽스는 NH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KB국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말한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이 지난달 중 신규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잔액 기준보다 시장금리 변동을 신속하게 반영한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와 잔액 기준 코픽스에는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 환매조건부채권매도, 표지어음매출, 금융채(후순위채·전환사채 제외)가 포함된다. 신 잔액기준 코픽스는 여기에 기타 예수금, 기타 차입금과 결제성자금 등이 추가된다.

은행연 관계자는 "코픽스 연동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우 코픽스 특징을 충분히 이해한 후 신중하게 대출상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원가 공개하라… 정치권, 은행법 개정안 발의

정치권에선 금리인상기에 은행이 예금금리 보다 대출금리를 더 많이 올려 대규모 이자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야당에선 대출금리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은행은 대출 계약을 할 때 이용자에게 이자율 산정방식을 비롯한 산정 근거가 되는 담보·소득 등 중요한 정보나 자료를 제공하고 설명해야 한다.

노 의원은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이 금융거래상 중요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예시 없이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왔다"며 "이러한 한계로 정보보유 측면에서 은행이 이용자보다 우월적 지위레 서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은행권의 가산금리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말까지 2.26%에서 2.32%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기간 한국은행이 고시하는 기준금리는 1.25%에서 1.75%로 올랐지만 은행권 가산금리는 일정수준을 유지했다. 대출금리도 약 3.7%에서 4.2%로 올라 기준금리만큼만 커졌다.

하지만 2019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9년 6월 2.13%였던 가산금리는 반년 만에 2.93%로 크게 올랐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 인하 폭을 최소화한 모양새다.

은행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조달비용이 늘었고 불확실성이 확대돼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영업비용이 올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은 홈페이지를 통해 대출금리 산정방식을 공개하고 있다. 가산금리의 세부 원가를 함께 공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치명적인 영업비밀도 포함돼 거센반발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가산금리를 대출금리 상승세의 원인으로 지목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예대금리 공시제도'와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를 약속한 바 있어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연 홈페이지 내 소비자포털에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으나 표면적 수치로만 봤을 때 가산금리에 대한 오해가 풀릴지 의문"이라며 "소비자가 가산금리의 적정성을 어느 수준까지 판단할 수 있냐는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