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1일 발사에 성공했지만 연구들의 노동조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빛이 바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1일 국내 우주 산업의 획을 그었지만 최근 연구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연이어 폭로되면서 그 이면이 드러나고 있다. 누리호 성공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직원들의 절규가 가시기도 전에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지난 29일 '항우연 저임금 논란에 대한 공공연구노조 입장'이라는 성명서에서 "비단 항우연뿐만 아니라 25개 과학기술계 출연연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 21일 누리호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것과 동시에, 이에 참여한 종사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근본적으로는 과학기술계 25개 출연연구기관의 노동조건 및 처우를 상향평준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연구노조는 2019년 1월 연구현장의 요구로 출연연은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지정되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산과 인력, 기관 평가까지 연구개발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로 출연연의 창의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연일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출연연을 획일적 공공기관 잣대에 빗대어 비정상적인 집단으로 낙인찍고 임금피크제 강제 도입, 초임 삭감, 각종 복지제도를 축소했던 트라우마가 연구 현장을 덮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수천명의 젊은 무기계약직 연구원은 정부의 인건비 통제로 인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임금과 모든 노동조건의 차별을 견뎌야 한다"면서 "숙련되고 유능한 고령 연구원은 1998년 경제위기 당시 축소된 정년과 강제로 도입된 임금피크제로 인해 연구 의욕을 상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외면한 채 여전히 50%대의 출연금을 지원하고 다른 재원은 직접 벌어야 하는 연구과제중심(PBS)제도를 고집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노조는 대안으로 하루속히 출연연을 공운법에 따른 공공기관에서 해제하고, 자율과 책임 운영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출연연 사이 임금과 노동조건의 차이와 장벽을 해소하고, 출연연 내 직종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제시했다. 여기에 "우수한 인력이 대학이나 민간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를 포함한 처우개선과 정년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