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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코인 광풍'의 주역으로 자리 잡은 20대가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자 법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대출)로 투자에 뛰어 들었지만 손실액 규모가 커지자 재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서울회생법원은 '빚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을 구제하겠다며 이달부터 주식·코인으로 잃은 돈은 개인회생 변제금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준칙을 발표했지만 취지와는 달리 투기를 조장하는 건 물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진선미(더불어민주당·서울 강동갑) 의원실이 대법원에게서 받은 '회생·파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만 20~29세의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2018년 1만1120건에서 2019년 1만307건으로 감소한 뒤 2020년 1만1108건, 2021년 1만1907건으로 오름세로 전환됐다.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801건, 2020년에서 2021년 사이에는 799건 증가했으며 매년 평균 800건씩 개인회생 접수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몇해 전부터 가상화폐, 주식 등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난 가운데 원금 회수에 실패하자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층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코인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금융위원회 산하 FIU(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거래가 가능한 코인 투자자(558만명) 가운데 55%(308만명)는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등장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저금리·저성장이 고착화된 환경을 극복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고자 저축보다 투자에 관심이 높고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올해 역시 법원 문을 두드리는 청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위기 속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코인 가격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회생법원이 암호화폐, 주식에 투자했다가 본 손실금을 개인회생 절차에서 변제액으로 취급하지 않기로 하는 취지의 실무 준칙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법원에 발길을 돌리는 청년층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28일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 실패로 개인회생을 신청한 경우 변제금을 정할 때 손실금의 액수나 규모는 고려하지 않는 내용의 '주식 또는 가상(암호)화폐 투자 손실금의 처리에 관한 실무준칙'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달 1일부터 시행됐다.
이 준칙에 따르면 채무자가 주식 또는 암호화폐에 투자해 발생하는 손실금은 '채무자가 파산하는 때에 배당받을 총액'에 고려해선 안 된다.
개인회생 제도는 채무자에게 법원이 갚을 수 있을 만큼 채무를 줄여주는 제도다. 채무자가 3년 동안 일정한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탕감해준다. 3년 동안 갚아야 할 돈은 채무자의 재산과 소득을 고려해 산정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년층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투기가 늘어날 수 있고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주식이나 가상자산 투자 실패를 겪은 채무자들의 개인회생절차 이행에 있어 채무자에게 과도한 변제를 요구했던 기존 개인회생실무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주식이나 가상자산 투자 실패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20·30 채무자들의 경제활동 복귀 시간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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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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