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외국인 개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법령 개정 발표를 연기했다. /사진=뉴시스


미국 상무부가 우리 정부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전달하면서 정부가 개정안 발표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해당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외국인도 국내 대기업 총수(동일인)로 지정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29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요청으로 공정위는 다음 달 1일 발표 예정이었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을 미루기로 했다.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발표가 가능하나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외국 국적을 보유한 한국계 인물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동일인 지정 기준을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일인이란 기업의 실질적 경영자를 의미하며 공정위가 의사결정 구조를 파악해 지정한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실무회의에서 미국 상무부가 외국인 개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부터 외국인 개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인 투자자가 제3국 투자자보다 불리해선 안 된다'는 최혜국 대우 규정을 위반해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미국 국적인 김범석 의장을 쿠팡의 총수로 지정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외국인은 동일인 지정 대상에서 제외돼 공정위는 지난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으나 미국 국적인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못했다.

에쓰오일도 최대 주주인 아람코의 실질 소유주인 사우디 왕실이 아닌 에쓰오일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시행령 개정으로 김범석 의장을 쿠팡 동일인으로 지정하게 되면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공정위 측은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고 이런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다음 달 둘째 주에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