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급 중고차가 인기를 끌면서 일부 인기 차종에서는 가격 역전현상도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중고차 매매단지 주차장.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불신의 아이콘서 귀하신 몸 등극
②신차값 역전현상까지… 여전히 고공행진
③겉은 멀쩡, 속은 부식… 좋은 중고차 사는 법은?

신차급 중고차의 계속된 인기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불러왔다. 출고 1년 미만의 인기 중고차가 1년 이상 기다려야 겨우 받을 수 있는 신차보다 더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가격 역전 현상은 반도체 수급난 여파에 몰리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했지만 최근 카플레이션(Car·자동차 + Inflation·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다소 인기가 주춤했다. 그러다가 여름 휴가철에 이르자 다시 수요가 꿈틀댔다. 완성차업계에서는 반도체 수급난에 대해 "곧 나아질 것"이라고 반복하지만 연내 회복은 힘들다고 본다. 몰려든 수요에 신차급 중고차 매물이 모두 소진된 중고차시장 역시 매물 확보에 비상인 만큼 신차급 중고차는 당분간 더 귀한 몸 신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비싼 몸값에 등 돌린 소비자, 성수기에 다시 주목

신차급 중고차는 소비자들이 인도가 늦어지는 신차의 대안으로 주목하며 주가를 높였다. 길게 지속되진 않았지만 하이브리드 등 일부 인기 중고차의 경우 신차 가격을 앞지르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같은 트림에 유사한 옵션의 신차와 신차급 중고차를 비교하면 취·등록세를 포함해 가격이 거의 같거나 개별소비세를 인하 받는 신차보다 중고차가 더 비싼 경우도 생긴다. 그럼에도 신차 대기 시간이 기본 1년을 넘기다 보니 계약 즉시 받을 수 있는 신차급 중고차로 수요가 몰렸고 몸값이 뛰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소 하락세다. 신차급 중고차의 몸값이 뛰자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기 시작해서다. 거래량이 줄고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며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 그래픽=김은옥 기자


엔카닷컴이 최근 발표한 7월 중고차 시세(2019년식) 자료에 따르면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전반적으로 시세 감가폭이 전달보다 컸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중고차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지만 장기적인 신차 공급 차질에 따른 중고차 가격 상승과 유가 폭등까지 맞물리며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산차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평균 1.33% 하락한 가운데 중형 및 준대형 세단의 감가 폭이 컸다. 제네시스 G80의 경우 최대가가 3.26%, 최소가가 2.24% 하락했다. G70도 최대가가 3.90% 떨어졌다.

현대차 쏘나타 뉴 라이즈와 르노코리아자동차 SM6도 평균 2~3%대 시세 하락세를 보였다.


가격 방어가 좋고 휴가철 수요가 높은 인기 SUV·RV 모델의 감가 폭은 크지 않았다. 기아 더 뉴 카니발과 더 뉴 쏘렌토의 최대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최소가는 각각 1.07%, 2.91% 뛰었다.

전 달 시세 하락 폭이 다소 컸던 더 뉴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는 최소가 3.61%, 최대가 2.26%로 모두 올라 시세가 반등했다.

완성차는 반도체난 회복, 중고차업계는 매물 확보 관건

완성차업계는 반도체난에 따른 생산 지연에도 매 분기 실적을 선방하고 있지만 정상화가 언제 될지 예측하지 못한다.


현대차·기아는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하는 동시에 생산 및 판매 최적화 전략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강화를 이루겠다는 다짐만 반복할 뿐 정확한 정상화 시점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은 즉시 출고를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이는 반도체 수급이 원활해서라기보단 판매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생산이 수월해서다.

완성차업계가 반도체난을 딛고 다시 생산 정상화에 이르지 못하면 신차급 중고차의 인기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차급 중고차가 인기를 끌면서 일부 인기 차종에서는 가격 역전현상도 발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문가도 당분간 반도체난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공급난은 관련 업계가 소수의 파운드리에 생산을 위탁하는 특성에 따른 것으로 당분간 자동차 업계 스스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반도체난 정상화 시점을 오는 2024~2025년으로 본다. 김 교수는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기에 반도체 물량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반도체가 두 배는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완성차업체의 반도체 재고 물량이 다 소진됐기 때문에 안정적인 재고를 확보하기까지는 2~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고차업계도 고민은 있다. 신차급 중고차의 활약 덕분에 가격이 뛰고 수요가 몰리는 호황을 누렸지만 이는 매매 물건이 풍족했을 때 얘기다. 신차급 중고차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날개 돋친듯 팔렸지만 이제는 남은 물량이 거의 소진돼 가고 있다.

완성차업계의 생산 지연에 중고차업계의 이 같은 고민이 겹치면 신차급 중고차의 높은 몸값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밖에 고유가 여파에 연료별 양극화가 나타난 점 역시 신차급 중고차를 나누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 인기가 높은 중고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이 계속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연료비 부담을 느낀 운전자들이 가솔린, 디젤 연료보다 저렴하거나 연비 좋은 전기차, 하이브리드, LPG, 전기차 등을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신차 출고 기간이 늘어남에 따른 중고차 시세 상승과 인기는 연식,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