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배경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와 환율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점을 지목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내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17일 공식 블로그에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이 작성한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 증대로 정책대응을 강화'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지난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3.0%로 0.5%포인트 인상하며 사상 두 번째 '빅스텝'을 밟았다.

홍 국장은 빅스텝을 단행한 배경에 대해 "우선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지난 8월 보다 정책 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며 "최근의 빠른 환율 상승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미 달러화 강세 기조 강화에 엔화·위안화 등 주변국 통화 약세와 무역수지 적자 우려 등이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섰다. 환율 상승은 통상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홍 국장은 "내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변동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과 같은 환율 상승기와 고물가 하에서는 환율의 물가전가율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경기둔화에 따른 하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리스크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달 빅스텝 결정에는 환율 상승으로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된 점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홍 국장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 기조 강화에서 유발된 환율 상승 기대가 자본유출 압력을 높이고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을 유발하는 등 국내외에서 금융불안 요인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다"며 "통화가치 약세 전망은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거나 만기도래분 재투자를 지연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기 둔화에도 당분간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홍 국장은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정책대응에 실기해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면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정책대응이 필요하고 그만큼 성장 측면의 손실도 더 커지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