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에 추천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입후보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사진=뉴스1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에 오를 경우 은행의 영업을 중단하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고 정치권은 "모피아의 자리 나눠먹기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전 위원장은 전날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차기 회장 입후보 의사를 밝혔다. 임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과 국무총리실 실장(장관급),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그는 금융위원장 재직 당시 정부 소유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주도했고 우리금융 민영화의 핵심으로 자율 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금융노조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정부 모피아(옛 재경부 출신)의 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올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봉수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우리금융은 CEO의 임기가 끝날 때마다 관치의 입김에 몸살을 앓았고, 내부 사정을 모르는 수장이 오면서 조직은 후퇴했다"며 "자율 경영을 강조하고 관치는 없을 것이라고 했던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수락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에 오를 경우 영업을 중단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며 "숏리스트 명단에 임 전 위원장이 포함되면 후보 프레젠테이션도 저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임 전 위원장의 행보에 주시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임 전 위원장의 우리금융 회장 도전은 후안무치 그 자체"라며 "돌아온 올드보이들이 금융권에 넘치고 있다. 모피아였다, 금융당국 수장이었다가 금융지주사 회장이 되겠다는 건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금융 임추위의 최종 회장후보 결정 발표를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황영기·박병원·이덕훈·박해춘 등 외부출신

금융노조와 정치권이 임 전 위원장의 입후보 소식에 반발하는 이유는 우리금융의 역대 회장과 은행장에 외부 출신 인사가 자리했기 때문이다. 민영화 이전에 우리은행은 '정부 소유 은행'으로 인식되면서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 자리는 외부 인사들이 차지했다.


역대 우리금융지주 회장(4명)과 우리은행장(6명) 가운데 황영기 전 회장 겸 행장, 박병원 전 회장, 이덕훈 전 행장, 박해춘 전 행장은 외부 출신이다. 옛 한일은행 출신인 이팔성 전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대표 임기를 마치고 우리금융을 떠났지만 4년 만에 이명박 정부의 입김으로 지주 회장에 올랐다.

현재 우리금융은 과점주주가 사외이사를 파견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집단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1대 주주는 우리사주조합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우리금융은 정부 소유가 아닌 민간금융회사"라며 "차기 회장 선출에서 내부 조직 상황을 잘 알고 영업 현장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 인사로 내정해 관치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임추위는 지난 18일 첫 번째 회동에서 차기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 8명을 확정했다.

우리금융 내부 출신은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4 법인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외부 인사 중에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들 중 몇 명이 숏리스트에 포함될지, 외부 출신 인사가 최종 명단에 오를지 등이 관전 포인트다.

내부 출신 중에선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임추위는 오는 27일 이들 중 2~3명을 추려 숏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