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광주의 한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를 상대로 제기한 월례비 반환소송에서 2심이 "원고와 피고 간 그간 월례비를 지급해온 관행에 따라 묵시적 계약이 성립했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하자 국토교통부가 반박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23일 해당 판결에 대해 개별 소송의 특정한 사실 관계 하에서만 판단한 특수적 사례라며, 부당한 월례비 갈취를 뿌리뽑기 위해 건설기계 자격 취소 와 정지를 신속 시행하겠다는 뜻을 견고히 했다./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가 '관행적인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임금 성격을 갖는다'는 고등법원의 판단에 대해 "월례비는 정상적 임금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월례비 근절을 위한 단속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월례비 관행이 이어진다면 이는 곧 최종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분양가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국토부는 지난 16일 광주고등법원의 월례비 반환소송 결과에 대해 지난 23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법원 판결은 월례비의 일반적 성격에 대한 판단이 아닌 개별 소송의 특정한 사실관계 하에서 부당이득반환 가능 여부를 판단한 사례"라고 전했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광주고법은 광주의 한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상대로 "월례비를 다시 돌려달라"며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타워크레인 기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또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해당 현장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월례비 명목으로 한달에 300만원가량을 정기적으로 받았는데, 이 월례비가 이들의 처음 공사입찰을 시작했을 때부터 입찰액에 포함된 항목이라는 것이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월례비 지급은 소득세의 탈루 등 조세법상 불법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근절되어야 할 관행"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해당 사건 월례비 지급은 비체변제로 판단해 원고의 반환청구를 기각했다. 비채변제란 채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임의로 지급한 경우로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이와 달리 2심은 원고와 피고 간 그간 월례비를 지급해온 관행에 따라 묵시적 계약이 성립했다고 판단, 원고 반환청구를 기각했다. 타워크레인 월례비가 임금의 성격이 있다고 본 셈이다.

국토부는 이 판결이 해당 사건의 특수적 상황에서 기인했을 뿐 월례비의 통상적 개념을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1·2심의 판단은 금품요구를 금지하는 명시적 규정 부재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기계관리법' 등을 개정해 부당한 금품수수 요구에 대한 제재 처분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현행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타워크레인 기사의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은 다음달 시행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급여보다도 높은 월례비는 정상적인 근로계약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동안 조종사의 요구 등에 따라서 묵시적으로 지급해왔던 것"이라며 "만약 월례비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면 합법적인 근로계약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태조사 결과 기사 1인이 월례비를 최대 2억2000원(월평균 약 1억7000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월례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지급을 강요하면서 준법투쟁으로 포장된 태업 등으로 건설사를 압박해 갈취하는 등의 상황은 정상적인 임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건설사들이 부당한 관행을 끊어내고자 월례비 지급을 중단하려 한 바 있으나, 조종사들의 태업으로 인해 결국 무산된 바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월례비가 곧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입장이다. 앞선 광주고법 판결 속 건설업체처럼 공사입찰 때부터 월례비 지급이 명시돼 있다면 이에 따른 비용 상승은 결국 국민들의 내 집 마련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건설업체 직원들은 월례비를 사이에 둔 국토부와 타워크레인 기사 사이의 첨예한 대립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정비업체 관계자 A씨는 "월례비가 합법적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월례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타워크레인 기사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업무가 배로 힘들어진다"며 "골조공사 시 타워크레인 사용률이 50% 이상인데, 이때 타워크레인 업체는 건설업체(원청)과 계약하므로 힘이 막강해 설비나 전기 업체 등 하청업체에게도 월례비를 요구하곤 한다"고 밝혔다.

타워크레인 업체가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나서면 업무에 차질이 생기므로 월례비는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지급해온 돈이라는 얘기다. 월례비가 원래는 하면 안 되는 불법행위를 부탁하기 위한 일종의 '뒷돈'으로 쓰일 때도 있다.

A씨는 "타워크레인으로의 쓰레기 마대 이동이나 외벽을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해체하는 등 월례비를 주면 안전수칙 상 금지된 일을 해주는 기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반 비용을 아끼거나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월례비로 이를 갈음하는 관행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