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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2년 10월 1100채 넘는 다세대주택(빌라)과 오피스텔 등을 임대하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빌라사기꾼'(속칭 '빌라왕') 사태 이후에도 깡통전세가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전세 공포가 일파만파 확산되며 일부 선량한 임대인마저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이는 다시 기존 세입자의 전세금 미반환 사고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상황. 전세사기 최대 피해지역인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인천 미추홀구에선 공인중개사 폐·휴업이 현실화됐다. 전세사기 주범인 다세대주택·오피스텔의 인·허가와 착공 수는 수년째 줄어들고 있지만 수요 대비 여전한 공급과잉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의 후속조치로 내놓은 '안심전세앱(App)'마저 시세보다 높은 가격 정보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사 게재 순서
(1) [르포] 사기꾼 때문에 멀쩡한 임대인도 피해… 문 닫는 중개업소 '급증'
(2) 애물단지 '신축빌라'… 2022년 서울서만 2만채 지어져
(3) 정부 전세사기대책 '안심전세앱' 더 못믿어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 후속조치로 내놓은 '안심전세앱(App)'의 '시세 조회&위험성 진단' 서비스가 공시가격은 물론 시세보다 부풀려진 가격을 제공, 설익은 대안의 문제점을 벌써부터 드러내고 있다. 안심전세앱이 제공한 시세보다 수천만원 높은 전세가 여전히 온라인으로 거래되고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안심전세앱은 지난해 10월 빌라 1100채 이상을 임대하다가 사망한 '전세사기꾼'(속칭 '빌라왕') 김모씨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빌라와 오피스텔 등 소형 공동주택의 시세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깜깜이 시세로 인한 '깡통전세'(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아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높은 전세) 피해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공한 가격이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물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의 부과기준이 되는 정부 공시가격보다 높아 이를 신뢰하고 거래를 결정하는 세입자에게 추가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시가격 차이 감안해도 '1.6배'
지난 2월22일 네이버부동산 등 온라인 매물로 등록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A빌라. 화곡동은 전세사기꾼 김씨를 비롯해 대규모 전세사기의 진앙지가 된 곳이다. 고도제한으로 소형 공동주택 난개발이 심화되고 공급과잉이 지속되며 매매가가 낮은 반면 도심 접근성을 이유로 전세수요가 많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심전세앱이 제공한 강서구의 전세보증사고 건수는 68건으로 인근 양천구(30건)의 두 배를 넘는다.해당 앱을 통해 A빌라 매매시세를 조회한 결과 전용 55㎡가 5억4500만~6억2600만원으로 확인됐다. 안심전세앱이 고시한 A빌라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87.9%로 적정 전세가가 4억7905만~5억5025만원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같은 면적의 전세 호가는 5억3000만원으로 최고 2000만원 이상 높다. 해당 빌라는 2022년 7월 완공돼 현재 정부 공시가격이 고시되지 않은 상태다. 해당 빌라의 경매낙찰가율은 71.7%로 안심전세앱 시세 기준 3억9076만~4억4884만원이다. 만약 5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최종 소송까지 갈 경우 경매를 통해 최대 1억4000만원 가까이 되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근 양천구 신월동의 상황도 비슷하다. 2021년 6월 완공돼 네이버부동산에 전세 2억5000만원 매물로 등록된 B빌라의 전용 29㎡는 안심전세앱 매매시세가 3억2800만~3억8000만원으로 전세가율(79.4%) 적용 시 적정 전세가가 2억6043만~3억172만원이다. 호가보다 최대 5000만원 이상 높다.
공시가격이 고시된 수도권 빌라의 경우도 안심전세앱 매매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었다. 지난해 공시가격 4억2900만원인 서울 용산의 전용 78㎡ 다세대주택은 안심전세앱 매매시세가 7억4900만~8억6100만원으로 최대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지난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71.5%를 적용해도 해당 다세대주택의 적정 시세는 5억5126만원으로 1.6배 차이가 났다. 전세사기 최대 피해지역인 화곡동의 신축빌라보다 적정 시세와의 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이 9430만원인 경기 군포시의 전용 28㎡ 다세대주택은 안심전세앱 매매시세가 1억3400만~1억5600만원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적용해도 해당 다세대주택의 적정 시세는 1억2227만원이다. 안심전세앱 시세가 1000만~3000만원 이상 비싼 셈이다.
업계 "부동산원 시세 문제"
건축주가 분양대행사나 마케팅업체 등을 통해 분양 계약자와 전세 세입자를 동시에 구하는 이른바 '동시 진행'의 경우엔 안심전세앱의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동시진행은 전셋값을 부풀려 매맷값과 맞춘 후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신축 빌라·오피스텔 분양대금을 치르는 매매기법이다.분양가 3억4900만원인 화곡동 C빌라의 전용 26㎡는 분양가와 똑같은 전세금으로 세입자를 들여 빌라 대금을 치렀다. 동시 진행 단지는 분양 마케팅 등에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의 커미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부풀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세입자가 내는 전세금으로 충당된다. 안심전세앱이 제공한 C빌라의 매매시세는 3억~3억5300만원으로 커미션이 포함된 분양가보다 최대 400만원 비쌌다.
정부는 올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을 제공하는 기준을 전세가율 기존 100%에서 90%로 내렸다. C빌라의 경우 2억8280만원(공시가격 140%)의 90%인 2억5452만원까지 전세보증 가입이 허용된다. 하지만 안심전세앱 시세를 기준으로 전세가율 90%는 2억7000만~3억1770만원이다. 안심전세앱 시세를 믿고 전세금을 낼 경우 세입자가 깡통전세를 떠안게 될 수 있다.
안심전세앱은 지난해 9월1일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의 후속조치로 올 2월2일 출시됐다. 안심전세앱 시세는 실거래가, 호가, 공시가격 등을 비교·분석해 신뢰도 높은 정보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최종가격을 결정하는 '가중평균가격' 방식으로 산출한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정덕기 국토부 주택임차인보호과 팀장은 "임차인이 시세 교차검증을 통해 안전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추천한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상담센터)의 전화번호를 별도 표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시세 정확성을 지속 보완해나가는 한편 향후 2.0버전 업데이트 시 주거형 오피스텔 등을 추가하고 지방광역시로 시세 제공 범위를 확대하는 등 안심할 수 있는 임대차거래 환경이 조성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심전세앱의 시세 오류 문제에 대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KB 부동산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제공한 가격 정보를 이용해 통계를 산출하고 공공기관인 부동산원은 실거래가를 토대로 산정해 안심전세앱에 제공하고 있어 산정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부동산 거래 침체로 온라인 중개 매물의 가격을 고의로 낮춘 허위 매물이 늘어나 실거래가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부동산과 직방 등 플랫폼에 게시된 신축빌라 광고를 보고 공인중개사에 문의하면 5000만원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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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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